이번 단편은 정조에 대한 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편 추뱐체프와 아이가 있는 여인 소피아와 변호사 일리인과의 대화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리인이 소피아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여러차례 보였고, 이번에도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한다. 소피아는 가정이 있는 여인으로서 자신은 일리인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절한다. 거절하는 이유야 결국 정조관념이다. 당연한 이유이지만, 일리인은 완전히 끊어내지 못하고 여지를 두는 소피아를 두고 설득하고자 애를 쓴다.
소피아는 일리인의 마음을 전해들으면서 묘한 감정과 죄책감 등을 느낀다. 일리인의 마음을 받은것은 아니지만, 그의 표현에 대한 자신의 감정때문에 정조관념이 흔들렸던 것에 괴로워한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함께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지만, 남편은 별일 아닌듯 원한다면 혼자다녀오란 말과 함꼐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소피아는 속으로 내가 겪은 일을 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텐데 라며 덮어둔다.
소피아는 일리인에게 흔들렸던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정조관념이 순간 흔들렸던 점 때문인지 매우 혼란스러워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고있는 남편에게 다시한번 함께 여행을 제안하나,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를 들은 듯 남편은 시큰둥한다. 소피아는 일리인과의 이야기를 전하지만 결국 남편은 잠을 청한다.
소피아는 남편에 태도에 오히려 일리인의 감정표현이 더 끌림을 느끼고, 스스로에게 욕설을 하면서 결국 어딘가로 떠난다. 그녀가 떠날 때 그 감정은 수치심이나 이성, 두려움보다더 강한 어떤 힘이 그녀의 발걸음을 옮기게 만든다는 말과 함께 이야기가 종결한다.
정조에 대해서 안톤 체호프는 무슨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여성의 관점에서 정조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고, 스스로를 욕보이는 말을 할만큼 다그치는 묘사는 불쾌한 감정이 들지도 모른다. 이 시대적 배경이 전근대임을 감안한다면, 안톤 체호프가 보여주는 정조의 허상을 보여주는 점은 탁월하다. 저자의 눈에는 여성에게 짓눌려있는 정조관념을 억압과 죄의식의 근원으로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내 해석이 틀렸을 수 있다. 반대로 소피아가 정조를 빌미로 결국은 정조를 지키지 못한 여자로 그리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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