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단편의 내용은 단순하다. 빚을 받기 위해 유대인 여자를 찾아갔다가 그녀에 빠져서 이성적 판단을 잃은 두 남자의 이야기다. 장교인 소콜리스키는 결혼하기 위해 위탁금 5000루블이 필요했다. 그래서 차용증서를 들고 2300루블을 받아내고자 그녀를 찾아간다. 유대인 여자인 수산나는 소콜리스키를 제대로 홀렸다. 사촌 형인 크류코프는 그런 동생을 훈계하고 수산나를 만나 같은 수법에 당한다. 유대인 여자에게는 마성의 매력이 있는지 둘은 2300루블을 받을 기회를 날려도 넘어간다.
여기서 끝나면 좋겠지만, 이 둘은 순차적으로 수산나에게 찾아가고 만다. 크류코프는 먼저 찾아와있던 소콜리스키를 보며 불편하지만, 그 감정을 감추며 그자리를 떠난다.
그녀를 천사라 부르지 마라.
그녀를 지상에 내버려두라...
이야기는 결말에 이른다. 제목의 늪은 결국 유대인 여성 수산나, 두 남성은 그 늪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인생으로 전락한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내가 유대인 여성에게 당했구나 하며 넘겼다. 그러나 그들이 2300루불의 차용증서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이는 이미 자신들이 늪에 빠진 부분을 어느정도 인지한다. 마지막에 크류코프가 늪에 빠진 감정으로 수산나를 찾아갔을때, 이미 늪에 빠져있는 소콜리스키를 보며, 유대인 여자의 늪에 둘다 빠졌음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마무리된다.
사실 남자들이 여자의 매력에 놀아났을 때, 처음에는 아 정말 유쾌한 경험이었던 것 처럼 무용담 늘어놓듯 말한다. 적당히 수치스런 부분은 감추고 말이다. 자신이 제대로 당했음을 인지한 순간에는 이제 자괴감에 빠진다. 내가 제대로 당했다는 부분을 알면 자존감이 박살난다. 늪같은 여성이 잘못인지, 늪에 빠진 두 남성이 바보인지, 그녀는 천사도 아니고 악마도 아닌다, 그저 지상에 내던져두면 생존해나가는 늪같은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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