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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어머니
어머니 생전에 불효막심했던 나는
사별 후 삼십여 년
꿈속에서 어머니를 찾아
헤매였다
고향 옛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서울 살았을 때의 동네를 찾아가기도 하고
피난 가서 하룻밤을 묵었던
관악산 절간을 찾아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전혀 알지 못할 곳을
애타게 찾아 헤매기도 했다
언제나 그 꿈길은
황량하고 삭막하고 아득했다
그러나 한 번도 어머니를 만난 적이 없다
꿈에서 깨면
아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
그 사실이 얼마나 절실한지
마치 생살이 찢겨 나가는 듯했다
불효막심했던 나의 회한
불효막심의 형벌로서
이렇게 나를 놓아주지 않고
꿈을 꾸게 하나 보다
아마 나도 작가처럼 꿈에서 불효자의 형벌을 받을 운명이라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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