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서부전선 이상없다, 레마르크 저

p5kk1492 2024. 5. 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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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대학에서 수업을 듣다가 서부전선 이상없다란 책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당시 교수의 설명과 내가 읽은 책에 대한 묘사는 상당히 다르긴 하다. 당시 교수는 서부전선 이상없다란 책을 통해 당시 1차대전 프랑스와 독일의 대치상태가 지리할 정도로 지속되었음을 설명하기 위해 책을 동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위와 같은 전시상황을 위한 책이 아니다. 젊은 청년들이 전장에 휘몰려 목숨을 잃어가는 참상을 그려낸 소설이다. 나는 사실 소설을 읽는데 잼병이다 등장인물들을 정확히 기억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인물들을 굳이 기억하려 애쓰지 않았다. 다행히 이 책은 주인공인 파울이란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과 상황을 묘사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주인공과 주변 전우들은 여느 청년들처럼 전쟁 속에서 고된 훈련과 전시상황에 대한 푸념, 종전이후의 삶에 대해 말하곤 한다. 그러던 중에 전우들 중 하나씩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주인공은 전쟁속에서도 참전 군인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프랑스 여인을 만나기도 하고, 휴가중에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어머니는 안부를 묻고, 아버지와 다른 친척들은 전쟁에대해 묻는다. 그들의 전쟁에 대한 질문은 마치 전쟁을 스포츠처럼 여기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잔인하다. 참전한 주인공의 심정은 고려하지 않는 점이 상당히 잘 묘사되어 있다.

 

여러가지 포인트가 있지만 첫째는 주인공이 프랑스 군인을 죽이면서 발생하는 상황에대한 묘사이다. 주인공은 살해했지만 살리려고 했고 결국 그가 인쇄공 출신의 군인이란 점까지 알게된다. 그 뒤에 전우였던 카진스키가 죽고 덤덤하게 묘사되는 상황또한 미묘했었다. 

 

전쟁은 끝나가는데 결국 주인공도 전사한다는 짤막한 구절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제목처럼 군인은 죽어나가지만 보고서는 서부전선이상없음이었다.

 

전쟁은 국가가 일으키고 청년은 목숨을 잃는다. 전쟁의 참상을 그린 소설을 보다보니 영화 허트로커가 떠올랐다. 많은 전쟁영화가 있지만 참상이나 트라우마, 비극적인 상황을 그리는 영화가 좀더 기억에 남는데 그런 영화가 허트로커였다. 

 

지금 내가 사는 곳엔 전쟁은 없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는 아직도 피말리는 전쟁이 지속되며, 무고한 이들이 죽어간다. 그럼에도 어딘가는 서부전선 이상없음 보고서가 올라고 있을 것이다. 죽어가고 있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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