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영화 화이트 타이거, 소설을 읽은 뒤 감상

p5kk1492 2024. 5. 10. 21:27
728x90
반응형

과거의 인도에는 천 개의 카스트와 천 개의 숙명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딱 두 개의 카스트만 남았다. 배때기가 커다란 남자들, 그리고 배때기라곤 없는 남자들.

 

그리고 숙명 또한 딱 두 가지 뿐이다. 먹거나, 먹히거나

 

영화와 소설에서 등장하는 구절, 그리고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소설과 영화는 같은 주제의식으로 같은 전개로 뻗어나가지만, 개인적으로 영화가 좋다. 이유는 내가 게으른 독자기 때문이다.

 

일단 편들지 못한 소설의 장점부터 말하자면, 일단 유명한 상을 받은 작품이다. 물론 좋은 상을 받아서 작품이 훌륭하다 말하기엔 너무 얄팍하긴 하지만, 왠지 상을 받을만한 매력이 있어 보인다. 일단 어렵지 않아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나같이 게으른 독자는 등장인물이 다양하고 복잡한 서사로 이야기가 전개되면 독서 자체가 곤란해진다. 이 책은 주인공의 시점으로 사건을 전개해 나가며, 주인공의 심리가 고조되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고 친절하게 서술된다. 무엇보다 인도의 어두운 민낯을 아주 잘 그려나가기에 이부분에서 너무 맘에 들었다.

 

영화는 그보다 더 주제의식을 확연하게 드러낸다. 일단 영화의 장점은 독서할때 처럼 상상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장면 연출과 인물들의 대사없는 구도만으로 인도자체의 부조리를 그려낼 수 있다. 소설에서 힘들게 설명할 부분을 주인공의 대사없는 울분 정도로도 충분히 커버해버린다. 소설은 주인공 중심으로만 따라가야 했다면, 영화는 등장인물로 앵글이 집중되어도 이야기를 놓치기는 커녕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좀더 극적으로 연출할 수 있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고, 이 영화가 그려내는 인도의 어둠을, 감독이 내민 손을 잡고 마냥 따라갈 수 있게 한다.

 

단적으로 말하면 나는 영화를 소개하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좋은 영화고 한 사회의 부조리함을 드러내는 영화이기에 너무 좋다. 개인의 삶이 어두운 방향으로 끌고 나가고 결말이 다수의 긍정을 얻을 수 없을 지라도, 그것 또한 이 작품이 의도한 바가 아닐까 한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