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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농촌 아낙네
뙤약볕 아래
밭을 매는 아낙네는
밭 안에 있는 것이 아니
다
온 밭을 끌어안고 토닥거
린다
밭둑길 논둑길이 닳도록
오가며
어미 새가 모이 물어 나
르듯 오 가며
그것이 배추이든 고추이
든
보리 콩 수수 벼 어느 것
이든 간에
모두 미숙한 생명들이니
아낙에게는 가슴 타게 하
는 자식들이다
하늘을 우러러 축수한다
자비를 주시오소서 하나
님
연약한 목숨에게 자비를
목마르지 않게 비 내려 주시고
숨 막히지 않게 바람 보
내 주시오소서
밭을 끌어안은 아낙네는
젖줄 물려주는 대지의 여
신과 함께
번갈아 가며
생명을 양육하는 거룩한
어머니다
감상
씨뿌리고 수확하는 농촌 아낙네에게서 신성함이 느껴진다. 농경의 신 복희씨처럼,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같이 땅에 씨를 뿌려 생명을 낳고 거두는 것은 신성함 그 자체다. 농촌 아낙네가 고생스럽게 밭일하는 풍경을 두고 이런 숭고함을 그려낸점이 매력적이다. 3부가 일단 계속 맘에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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