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책좀 읽는 북마스터의 선택 카테고리에서 첫 픽을 한 저서다. 저자는 심리치료사인데, 심리상담을 실존주의 적 관점에 접근해서 직접 내담에 관한 사례를 덧붙이면서 내용을 풀어나가는 인문서적이다. 인문학적 에세이라고 할 수도 있고, 심리학을 위해 실존주의를 끌어내다 보니 철학 에세이란 생각이 든다. 심리학 관련 서적은 사실 대중적으로 읽기 쉬운 장르다. 저자들이 눈높이를 맞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데, 이 책도 어려운 개념들이 많이 나와 어렵긴 해도 좀 버티면서 읽었다.
일단 이 책은 나란 존재에 대해 잘 모르는 우리들을 위해, 그리고 저자 자신도 포함해서 건네는 이야기다. 저자는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삶의 이유가 있으면 어떻게든 살아 나갈 수 있다." 가 바로 우리 자아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개념이다. 니체의 철학이 실존주의에 준 영향이 있기에, 존재론적 관점에서 자아란 존재이유가 명징할 때 형성된다고 본다. 로고테라피의 창시자이자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인 빅터 프랭클도 삶에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에 있다고 말한다.
나를 잃게 되는 이유 중에 재밌는 항목이 있었다. 인생을 바꾸는 사건이 벌어진 뒤에는 다음 세 가지 일 중 하나가 자주 발생한다.
1. 고통이나 사건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시작한다.
2. 사건 이전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조화시키려고 애쓴다.
3. 자신과의 관계가 멀어지거나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다.
나같은 3번의 시간이 대략 5년여 간 진행되다가, 1번의 상태를 유지는 듯 하다. 2번을 추구하지만 힘들다. 자아를 잃게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불안정할 수 있는 상황들을 설명해주는데, 난 이 항목이 참 와닿았다. 아무래도 내 인생에서 정신적으로 큰 데미지를 입었던 사건이 있다보니 아마 이 내용에 몰입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에 덧붙여 자아유지와 관련해 헤르만헤세가 고립된상태에서 나란존재에 대해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자아에 대한 깊은 관계와 타자에 대한 관계에도 깊이있게 맺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자아가 존재할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대목도 인상적이 었다. 아마 신체적인 부분 그리고 정서적인 부분에서의 공간, 여백의 미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듯하다. 우리의 인생에서 여백이 없다면, 여유가 없다면 자아에 대한 존재감을 생각할 수 없다.
나는 문제와 '자아'를 분별하기 시작했고 내가 슬픔, 불안, '실패한' 관계 이상의 존재임을 깨달았다. 실제로 '자아'를 문제와 분리된 존재로 식별하면 필요한 권한을 부여받고 계속 자신을 책임지면서 '자아'를 되찾게 된다.
독특한 내용은 자아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몸에 대한 인식을 언급한다. 철학자 메를로 퐁티를 통해 신체적 경험과 자아가 형성되는 것에 대해 우리가 몸에 대해 주목할 것을 말한다. 사실 자아란 단어는 추상적이기도 하고, 마음 혹은 감정 등의 정신적인 부분이라 여겨진다. 메를로 퐁티는 몸을 통한 실존주의 철학을 논하는 것으로 이 내용에 대해서도 좀 독특하기도 했다. 결국 우리의 체험은 신체가 하고 그 뒤에 현상학적으로 우리는 자아를 형성하기에 저자와 메를로 퐁티가 말하는 부분이 이해가 된다.
그러니 자기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혹은 도중에 길을 잃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면 눈을 떠보자. 내 자유에 책임을 지고 선택하자. 불편함과 노력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세상에 '자아' 감각보다 더 가치 있는 건 없다. 거 가치 있는 건 없다. 그보다 더 소중하고, 더 가치 있고, 더 흉내 낼 수 없는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책을 가볍게 읽을 수 있다고 말하기엔 좀 거짓말을 하는 느낌이다. 어렵다. 솔직히 실존주의를 좋아하지만, 실존주의가 뭐냐고 물으면 사실 모호하고 중언부언하게 된다. 허나 저자인 사라 큐브릭은 심리학자로서, 눈높이를 맞추는 능력이 있는 실전 상담사이기에 자아에 대한 인문학적, 철학적 서사를 잘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나에 대해, 낯선 나에게 물음표를 한번 느낌표로 만들어볼 기회가 아닐까 싶다. 우리 인생에 '나의 삶의 이유 혹은 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좋은 풀이집이 이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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