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내가 가족을 만들면 안될 이유

p5kk1492 2024. 12. 2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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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루저와 아집의 향기가 난다. 어쩌면 정신승리를 하려는 k-아Q 같을지도. 나는 내 스스로가 가족을 만들면 안되는 인간이라는 잠정적 결론에 다다르고 있다. 처음에는 결혼을 안해야지에서 못하겠다로, 아마 내가 원해서 결혼을 안하는 단계는 한참 전에 지나갔고 사실상 결혼 불가다. 결혼할 자격도 능력도 없는 상태라고 진단내렸다. 이러한 결론에 대해 루저의 푸념이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사실상 그러하다.

 

이유는 단순한다. 그냥 내가 원가족에게 대하는 태도나 정서가 굉장히 부정적이다. 아버지 역할을 해본적이 없는, 더이상은 연이 닿지 않는 어딘가에서 살아갈 것으로 추정하는 당신이 첫번째 가족성립 불가 사유다. 일단 그 아버지의 잔상들이 내 모습에서도 보인다. 일종의 기시감일지 실제 내 성품에 아버지와 같은 성향이 있는지는 주변의 평가가 필요하다. 허나 분명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서사, 그 후속작에 나도 보인다. 

 

보통 어떤 영화나 드라나, 소설 등의 작품에서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아들의 서사시가 자주 등장한다. 프로이드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가 반영된것인지는 알길이 없다. 그러나 내 삶을 돌아보면, 항상 아버지를 닮지 않으려고 할수록, 거울 속에 내 모습 속 아버지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가족을 만들지 않으면, 그냥 내 개인의 실패로 끝난다. 허나 내가 가족을 만들고, 나는 아버지와 다른 사람이 될거야, 나는 내 자식과 아내에게 다른 방식으로 강박을 갖고 대하면, 나 하나의 실패가 아니라 한 가장의 비극이 된다. 그냥 나 하나의 불편함으로 끝내자.

 

그리고 또 하나는 나는 외부 활동과 나만의 공간에서 오롯한 나와의 분리가 중요한 인간인 점을 해마다 느낀다. 나란 인간은 나름 주변에 잘 맞추려고 노력한다. 물론 맞추다가 빠그러지는 경향도 있는데, 그래도 밖에서 헤헤 맞추고 일하면서 참는 일반적인 사람들과 어느정도 결을 같다. 예전에는 다혈질적 성향으로 폭발하고 일도 그만두고 그랬지만, 요즘은 화도 날 안난다. 테스토가 감소해서 일지도.

 

집, 내가 오롯이 나일 수 있느 공간과 그 시간에서 나는 정말 나 편히 쉬면서 행복감을 찾는다. 블로그질도 하고, 유튜브질도 하고 때론 혼자만의 취미생활을 위해 외부에 나가기도 한다. 이 모든 행위 자체가 남의 간섭없이 진행된다. 가족은 혼자살이가 아니고, 그래서도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상호존중과 대화, 타협 등과 같은 정치적 행위,라고 표현하면 좀 냉정해 보이지만 아무튼 양보와 배려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는 누군가는 좀더 희생도 하기도 하고, 그럴 수 있다. 그게 싫다기 보다, 밖에서도 그러고 왔는데 집에서까지 그래야 한다니. 난 안될 놈이다.

 

물론 평범하거나 좀더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비슷하게들 잘 지낸다. 허나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비극적 사연들이 있다. 안나 카레리나의 첫문장을 우라까이 했는데,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뉘앙스의 구절이 있다. 성공적인 상황의 문명들은 사유가 비슷하다. 그런데 실패하고 무너진 문명들의 그 원인은 제각각이다. 누구나 행복한 가정을 꿈꾸지만, 자신이 제각각의 불행한 가정사를 겪는 집안의 사람이 된다는 생각은 잘 안하나보다. 아니면 요새는 잘 하기 때문에 결혼도 출산도 줄고 있을지도.

 

읽다보면 누군가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너무 비관적인 사고방식으로 가족관을 설파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비관론에 가깝고, 염세주의적인 성향이 짙다. 그럼에도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할 영역에 대해서는 정해놓는 편이다. 이를테면,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 살자, 타협적으로. 내가 변수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영역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덤벼든다. 최저임금 커리어는 사실 내가 괴롭지만 않으면 하고, 버티기 힘들면 다른 일 찾음 그만이다. 취미는 내가 하고싶은 게 생기고 긍정적이면 바로 시작한다.

 

허나 사람과의 관계만큼 예측이 힘든 변수가 없다. 인간관계에서는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대하는게 내 자신의 정서나 태도를 지키는데 유효하다고 본다. 그러나 가족이되는 순간, 힘들다. 그 사람이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파악하는 과정도 힘들, 그걸 힘들어 하는 내 자신에게도 자괴감을 느낀다. 그런 상황을 겪는게 힘들다.

 

가족은 아니지만, 사랑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가족 성립을 전제로 한 관계맺음은 배제해도, 새로운 인연은 꿈꾸며 살고 있다. 그렇게라도 해야 숨쉬고 살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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