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짧은 감상,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2020)

p5kk1492 2024. 5. 26. 15:52
728x90
반응형

원작 소설을 먼저 보고 난 뒤, 영화를 감상한 소감을 남기고자 한다. 보통 영상에 절여진 나에게 보통 소설원작보다 영화가 더 맘에 드는 경우가 많았다. 소설의 디테일함이 오히려 버겁거나, 영화의 편집이나 연출이 깔끔한게 맘에 들었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소설이 좋았다. 영화의 경우 주제의식을 좀더 강하게 던져주고, 사건전개를 축약해서 주요 사건위주로 다루었다. 그래서 소설에 버금가는 좋은 작품이었고, 특히 원작자의 나레이션이 매우 좋은 장치가 되었다. 아무래도 소설의 디테일한 서사나 묘사를 다 풀어내지 못하는 데에 원작자의 나레이션으로 커버해냈다. 그래서 영화만 보더라도 충분히 훌륭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소설이나 영화나 결국 장르는 피카레스크, 악인들의 서사이다. 사실 피카레스크 뜻도 몰랐는데 요즘은 장르가 뜨다보니 잘 알게된다. 누아르가 한창 유행하듯 요즘 영화는 피카레스크가 흔치않은가. 그만큼 악인이 명분없는 악행에도 작품으로서는 즐겨보게 된다. 소설이 이와 같은 맥락을 영화보다 훌륭하게 풀어낸다. 등장인물의 악행이 어떤식으로 흘러가는지, 그 광기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는지 등 소설은 영화보다 디테일할 수밖에 없다. 소설의 강점이고, 원작자의 필력이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영화는 소설만큼의 디테일을 가질 수 없기에 택한 장치들이 나는 다 맘에 들었다. 나레이션으로 종교에 대해 비판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는 주제의식을 지속적으로 던지는 부분도 좋았다. 내가 봤을 때는 소설보다 더 강렬한 종교비판적인 느낌이랄까. 물론 종교를 비판하기 보다 종교를 이용해서 악행을 저지르는 인간부류, 진정 사라지지 않는 악마들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이긴 하다. 소설이 주는 서사를 최대한 살리고 원작자의 메시지로 디테일을 채우는 점이 일품이었다. 

 

영화가 떨어지는게 아니라 소설이 너무 훌륭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충치생길것 같은 달달한 장르만 보다가 화끈하게 악인전을 보니까 재밌다. 왠만하면 좀 다크한 소설원작 영화를 접하면 좋지 싶다. 이왕이면 영미권이 좋다. 인물들이 한국적이거나 일본적이면 왠지 나무위기 사건사고 보는 기분이라 찝찝하긴 하다.

728x90
반응형

'일상 끄적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은둔 청년 문제, 뉴시스 기사  (0) 2024.05.27
2024-05-27 오늘의 구절  (0) 2024.05.27
종이책 감성을 이해하지만...  (0) 2024.05.26
2024-05-26 오늘의 구절  (0) 2024.05.26
2024-05-25 독서모임 후기  (0) 2024.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