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 건강

다이어트란 무엇인가? 110kg에서 63kg까지

p5kk1492 2022. 1. 2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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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문제로 인해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일을 그르쳤다. 그래서 유독 건강에 대해 민감하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에 나름 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비만의 삶 입문


어린시절, 소아비만으로 지냈다. 모태 소아비만(?)은 아닌 것으로 추정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활동적이고, 친구들과 노느라 밥을 제때 안 먹는 소년이었다. 그러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6개월 정도 입원을 했었다. 그때 급격하게 살이 쪘고, 소아비만과 더불어 내성적인 성격이 더 심해졌다. 성격은 선천적인 것으로 보이나, 소아비만은 약간은 후천적으로 보인다. 부모님 모두 그렇게 비만이 아니기에 그렇게 추측한다.

비만의 인생이여 길구나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그냥 비만의 삶을 받아들이고 살았다. 그냥 체념(?), 물론 신경쓰기도 했지만, 약간 웃음으로 승화했다. 정신승리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냥 게임이나 공부에 집중했고, 나중에 대학 가면 뺴야겠다는 생각으로 비만의 삶을 인정하고 지냈다. 대학 가면 다 빠진다는 신화를 믿었다.

원하던 대학에 합격을 통보 받고, 바로 헬스장부터 다녔다. 굴욕의 세월, '초등학생도 들겠다'는 소리와 함께 인자약의 삶이 시작되었다. 비만에다가 약골, 이 두 가지를 뼈저리게 느꼈었다.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도 비만을 벗어나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그렇게 서울로 삶의 무대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살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초등학생도 들 무게도 못들었던 시절


보통 처음 다이어트를 하면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쉽게 빠진다. 단기간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81킬로 나가던 몸에서 63킬로까지 뺐었다. 프로 다이어터라면 자신의 몸무게 변천사를 민감하게 기억하고 있다. 수능 즈음에 몸무게가 81이었고, 신입생 때 신검을 받았을 때 63킬로가 나왔었다. 대략 1년 안 되는 시간에 18킬로 정도를 감량한 것으로 보인다.

평소 군것질로 먹던 포카칩을 끊고, 탄산음료 대신 하늘보리를 먹으면서 조절했을 뿐인데, 살이 기가막히게 빠졌다. 거기에 장충동 체육관에 있는 헬스장을 다니면서 어쭙잖게 근력운동을 배웠다. 쇠질하면 다 근육질이 된다는 건 내게 적용되지 않았다. 그냥 굶어서 뺀 사람 같은 느낌, 지금과 같다.

첫 비만 탈출, 짧은 자신감


아무튼 살도 빼고, 나름 자신감도 생기니, 옷도 사고 그랬었다. 학생이고 알바도 하다 보니, 술도 마시고, 딱히 식단 하지 않아도 살이 안 찌는 신기한 경험을 했었다. '그렇게 먹는데 살 안 쪄?'라는 소리도 들었고, '운동 좀 해 너무 말랐다'는 소리도 들었다. 고도비만에서 마른 비만으로 변한상황, 이때가 시작이었다.

군대 안감

하지만 마른 비만의 삶은 그리 길지 않았다. 잠시 공익근무(군대 안 간 사람입니다.)를 하기 위해 2년여간 고향인 제주에서 장애아동을 돌보는 삶을 살았다. 당연히 젊으니까, 술도 마시고 사람들이랑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살이 차올랐다. 급격한 요요는 아니었지만, 천천히 원래 몸으로 돌아왔다. 운동을 그래도 간헐적(?)으로 했다. 헬스장가는건 좋아했다. 다만 3개월 혹은 6개월 정도 했다 말았다 하곤 했다. 고3 81킬로의 몸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고도비만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게 원래 몸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20킬로 감량의 경험이 있으니, 당연히 도전정신이 생기지 않겠는가? 복학을 하고, 고도비만이 겪는 사회적인 시선을 한껏 받으면서, 감량에 들어간다. 이번에는 복싱(?)으로 살 빼기에 도전했다. 뭔가 재밌을 거 같고, 운동 신경 제로의 삶을 살다 보니, 왠지 자기 방어가 가능한 종목을 택했다. 마침 학림관 쪽 후문으로 나가면 바로 복싱 체육관이 있어서, 동기들이 피시방, 당구장을 갈 때 나는 복싱을 배우러 갔다.

복싱으로 그렇게 많이는 빼지 못했지만, 대략 72킬로? 정도까지는 나려갔었다. 9키로? 그뒤로도 8개월 가량 더 했지만, 스파링을 할때 너무 얻어터지기만 해서 접었다. 운동신경이 없는 내 자신에 대해 좀 착잡한 기분을 느끼면서, 고도비만은 탈출했다는 자기 위안으로 복싱은 그만했다. 그리고 당시 강서구, 등촌동에 있는 탐라 영재관, 근처에 있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진입장벽이 낮은 헬스장, 혼자 그냥 조용히 운동하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냥 재밌어서 한 거지, 딱히 운동한 몸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정말 꾸준히 투자한 사람들만 진정 운동한 몸이 되지 않나 싶다.

이제부터는 기억이 흐릿하다. 분명 요요가 온 것은 확실했었다. 75에서 78킬로 정도까지는 나갔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까지 나가요? 안 그래 보여요'라는 말을 들으면서,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키가 169다. BMI로 따지면 충분히 비만이다. 그때는 체성분 검사도 잘 안 했으니까 잘 모르겠다. 대충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더라.

대망의 2013년, '번아웃'이란 핑계, 심적인 문제로 서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제주에서 약 6개월 정도 칩거에 들어갔었다. 6개월 만에 100킬로, 최고 몸무게를 경신하게 된다. 뒤이어 언급하겠지만, 최고 몸무게는 나중에 한번 더 뚫게 된다. 제주에서 마음을 추스르다 보니, 몸은 만신창이가 된 셈이다. 그런데 어디서, 그런 무모함이 나왔는지, 친구의 힘을 빌려 워킹 홀리데이를 갔었다.

신나보인다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거의 일만 했지만, 거시서 야매(?) 수영도 배우고, 꾸준히 헬스장도 다니면서, 70킬로 때 중후반까지 뺏던 기억이 난다. 정확하지가 않아서 분명 7자리를 갔었다. 적어도 30킬로는 뺸 셈이다. 아니 보수적으로 잡아도 20킬로까지는 분명히 뺀 기억이 난다. 워홀 이야기는 나중에 또 자세히 풀어쓸 예정이다. 아무튼, 70에서 80 사이까지 감량했다가, 마지막 근무지였던 Onslow에서 미친 듯이 먹고, 미친듯이 운동하면서 92(?) 키로가 되어버렸다. 건강한(?) 고도비만이 되었다. 나는 근성장 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사실상 제주서 100킬로로 가서 호주서 돌아올 때, 92킬로였으니, 도루묵이었다. 그래도, 그때는 무엇인가 근자감이 생겨서 기분 좋게 밴쿠버로 향했다. 영주권 때문에 갔었다고 앞서 말했고, 사실상 어학연수 경험이었다고도 얘기했다. 거기서 어학원 다니면서, 다운타운에 있던 Robert Lee YMCA 헬스장을 끊었었다. 은행계좌를 증명하는 것이야 뭐, 거기 살 생각이었으니까 아무 생각 없이 등록을 했었다.

비만코드 제이슨 펑


캐나다에 살면서, 다이어트, 그리고 건강에 대해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했다.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해 운동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바뀐 시점이다. 나는 의지 부족, 운동부족을 문제삼았다. 나태해서 살이 쪘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하지만 거기서 Jason fung 이란 의사를 알게 되었고, David Perlmutter라는 신경학자의 책을 접하기도 했다.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분명 비만에 대한 접근법, 그 아이디어는 중요하고 본다. 자세한 이야기는 천천히 풀고자 한다.

밴쿠버에서 조금 체계적인 식단과 식사 패턴, 그리고 운동과 수면까지 고려해서 92킬로 나가던 체중을 다시 63킬로까지 감량했었다. 거의 30킬로를 다시 감량한 셈이다. 다시 고도비만에서 마른 비만으로 내려왔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살 좀 그만 빼', '늙어 보여'라는 소리를 듣는다. 뭐 익숙한 패턴이라서 딱히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나는 이제 비로소 비만을 탈출했구나 생각이었다. 오만, 그리고 착각이었다.

또 한 번 밴쿠버에서 무너졌다. 나의 유리 멘탈, 그냥 흔들림 정도가 아니라 중요한 길목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그렇게 나는 건강 때문에 실패한 삶을 살게 된다. 내가 가진 나약함, 의지가 없음을 탓할 뿐이다. 그렇게 4년, 아니 5년 가까이 난 더 이상은 살을 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110킬로 까지 올라간 내 몸, 비만으로 살아와서 어떤 방식으로 보이는 지 다 알고 있었다. 체념했었다.

너무 늦었지만, 이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에 살을 빼보기로 한다. 그때가 대략 2020년경으로, 내 인생의 최고 몸무게, 169라는 키에 110, (초) 고도비만의 몸상태였다. 처음으로 운동 없이 무작정 단식으로 20킬로를 뺐었다. 운동 없이 몸무게를 뺀 건 그때가 처음이다. 하지만 뭐 단식을 끝까지 할 수는 없으니 다시 102킬로 까지 올라갔다. 그땐 90만 유지하자는 심정이 담긴 기록도 있다.

2021년 4월, 친한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했다. 꼭 그 이유뿐만은 아니었지만, 간수치도 높게 나오고 살 좀 빼라는 주변의 압박도 컸다.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에 맞춰야 숨을 쉴 수 있으니, 결국 다시 다이어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경험한 모든 지식과 방법을 총동원해서 체중을 감량했고, 4월에서 10월, 6개월에 걸쳐서 32킬로를 감량했다. 그렇게 빠른 감량도 아니고, 느리지도 않다. 근손실이야 뭐 원래 근육량이 별로 없어서 그렇게 큰 손실도 없었다. 근육도 있어야 손실이 일어난다.


2020년 1월, 감량한 지 약 3개월,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체중 감량한 사람 95퍼센트가 5년 내에, 99퍼센트가 10년 안에 체중 유지를 실패한다고 한다. 결국 체중유지를 증명하려면 10년은 두고 봐야 하는 셈이다. 사실 이 글도 1년 정도 유지해보고 쓰려고 했는데, 답답해서 쓴다.

눈바디 안되서 인바디


보통 다이어트를 성공한 사람들은 비포 애프터 사진을 자랑스럽게 걸어놓곤 한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 수많은 감량과 요요를 겪다 보니, 사진을 찍지 않았다. 그래서 사진은 없고 최근의 인바디 기록만 있다. 참고로 169에 70.2다. 주변 사람들은 '살 좀 그만 빼' '운동 좀 해라' '남자가 근육을 키워야지' '근력운동을 해야 된다'라는 말을 한다. 다시 마른 비만의 삶이 되었다. 이젠 뭐 그러려니 한다.

요즘에는 비만에 대한 시선이 두 갈래로 나아가는 듯 보인다. '질병'이라는 다수의견과 '몸 긍정'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질병'이란 표현으로, 자기 관리를 안 하는 게으른 인간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몸 긍정'은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가치관을 말한다. 어느 부분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할까. 나는 건강하다면, 외형적인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단순히 외적으로 보이는 건강만이 아닌, 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건강함이라는 점은 잊어서는 안 된다. 비만을 ‘질병'으로 정의 하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