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이런 비유를 했다. 만약, 당신의 머리에 총을 겨눈 사람이 "100페이지 논문을 당장 쓰지 않으면 쏘겠다. 단, 나용은 어설퍼도 된다." 제안한다고 생각하자. 그러면 우리는 글을 쓸 수밖에 없다. 그렇게 우리는 쓰레기 초고를 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결국 쓰레기 초고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아예 시작하지 않으면, 영원히 글을 쓸 수 없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듯, 운동을 끝나고 글을 써본다. 강박, 약간의 강박은 있다. 그래도 기분 좋은 정도의 수준이랄까.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몸에 좋다고 한다. 운동이나 글쓰기, 그리고 책을 읽어야 한다는 묘한 강제성은 나름 활력이 된다. 물론 얼마 되지 않았기에, 조심스러운 생각이긴 하다. 지금도 나가 무슨 생각으로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종의 기대감이다. 기대감, 무엇인가 좋은 결과가 있길 기대한다는 것. 이런 기분을 느끼고 산다는 게, 나한테 다시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말이다. 아니, 더 엄격하게 말하자면 사실 거의 1달도 안 되는 시간이다. 나는 나 삶에 대한 기대감을 저버린체 5년의 시간을 보냈다.
5년의 시간은 마치 동굴 속으로 들어간, 황폐한 내면의 세계를 받아들이고 살아간 삶이었다. 추상적인 표현이 다소 거슬릴 수 있다.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엔, 두렵다. 언제 또다시 무너지지 않을까. 짧은 기대, 그리고 오랜 시간의 무너짐, 그렇게 반복되어 왔다.
사람과 단절된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다. 고향에서 일도 하고 있었고, 일하는 곳에서 만난 인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냐 보다는 내 자신이 고립된 느낌으로 살아갔기에, 누군가 다가와도 나는 결국에는 다 끊어냈었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던, 그저 침묵했다. 그렇게 생각하게 내버려 뒀다. 그냥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형벌 같은 느낌으로 살았다.
그러다가 작년이 돼서야, 다르게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친구의 결혼식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가족들의 걱정 때문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나 스스로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지 않나, 정도의 작은 생각이 커진 듯하다.
그렇게 변하기로 했고, 다행히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렇게 다시 동굴 밖으로 나가는 시도를 했다. 다행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물론, 대단한 성공이 아니다. 그저 폐인이 재활에 들어간 정도, 딱 그뿐이다. 올해는 그 재활을 스스로 확인하는 기간이다. 그렇게 재활 과정에서 약간의 기대감이 생겼다.
오늘 하루의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그렇게 일과를 마치고, 무사히 마쳤다고 스스로 안도한다. 그렇게 다음날을 기대하며, 또 한주, 그리고 한 달을 생각한다.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웃는다. 농담까지는 못 던져도, 경청하고 가끔 말 한마디를 사이에 얹는다. 가끔 맥락에 맞지 않긴 하지만, 다시 곱씹으면서 복기한다.
이렇게 재활하는 삶이 다소 엄격해 보인다고 한다. 나는 그냥 나름의 개똥철학이 있다. 나 스스로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조금 넉넉하게 대할 수 있도록 산다, 이것이 내 나름의 목표다. 물론 내가 초인이 아니기에 완벽히 지키지는 못한다.
그렇게 짧은 시간, 한 달 정도 남짓한 느낀 기대감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지금 느끼는, 다음날과 다음 주, 그리고 다음 달 그렇게 버텨나가 보련다. 아마 쓰고 나서 지울 거 같긴 한데, Garbage draft , 쪽팔려도 일단은 발행 버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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