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보다 장기거주를 꿈꿨다. 그 꿈이 이뤄진게, 서울살이를 도망쳐서 택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통해서다. 도망노비처럼 호주로 내던져진 존재로 살았던 그 시절이 항상 위로가 된다. 객관적으로 보면 워홀2년간 남은건 추억뿐이다. 그때 벌었던 돈도 나에게 없고, 당시에 소통하면서 배웠던 생존영어도 사실상 의미가 없다. 남에게 추천할 수 없는 경험이지만, 나에게는 삶에 위로가 되는 2년이었다.
호주에서의 성공적인 생활 덕에 캐나다에서 영주권 준비도 무난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가 되어서 아쉽긴 하다. 캐나다에서도 8-9개월정도 보냈으니 나름 단기에서 중기거지 정도는 해봤다. 캐나다에서는 정말 놀면서 지낸 기분이었다.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좋은 기억이다. 아마 사람들은 병신이라 생각하겠지만, 내 문제로 실패했지 캐나다에서 추억은 추억일 뿐이다.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선생님께서 독일유학을 하셨는데, 그때 독일에서 살았던 시절에 대해 물었었다. 독일에 대해 동경하고 있어서, 독일 생활이 어땠는지, 단순한 물음에 '가끔 삶의 위로가 되어준다'는 말로 현답을 하셨었다. 그때는 아, 그렇구나 정도였지만 호주와 캐나다에서의 생활을 겪어보니 이해했다.
해외생활이 어떻고, 어떤 곳이 좋았는지, 음식은 그랬고 이런 말은 나중에 술자리에서 충분히 들었다. 그때는 독일생활을 이야기할 때가 너무 즐거웠다. 독일생활을 동경하다보니 더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선생님의 독일이야기보다 첫 질문에 대한 대답, '삶의 위로가 된다'는 대답이 어떤 디테일한 이야기보다 더 깊게 와닿았다.
지금와서 왜 해외생활이 주는 위로가 그리운지 사실 모르겠다. 해외에서 산다는 건 정말 내던져진 존재같다. 아무리 준비를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던져진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적응하고, 살아나가면 거기서 맺어지는 관계맺음에 감동하고 잊지못한 경험이 만들어진다. 지금 고향에서 편하게 한국어로, 벌이가 시원치않아도 불편하점 없고, 친구들과 직장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는게 훨씬 편하고 좋다. 현재의 안정된 삶에서, 왜 나는 다시 내던져진 존재가 되고 싶어질까. 다시 도망노비가 되고픈 심리는 무엇일까.
아마 지금 다시 추노를 한다 해도, 예전의 감동을 주진 않을지 모른다. 머릿속에 들어있는게 많아서다. 어떤 나라가 비자가 잘 나올지 여부라던가, 장기거주가 수월한 지역, 치안도 고려할만한 부분 등 고려해야할 것들이 많다. 호주나 캐나다에 갈때처럼 정말 내던져지듯 가기엔 많이 늙었다. 그래도...더 늙기전에 한번 온몸을 던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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