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어느 관리의 죽음, 안톤 체호프

p5kk1492 2024. 7. 3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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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실수가 죽음으로 이어지는 황당하지만 무엇인가 의미심장한 단편이었다. 뭔가 의미부여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짧고 간결한 전개가 인상적이다. 에드거 앨런 포와는 다른 의미로 기묘한 서사와 결말을 담고 있었다. 평범한 관리 체르뱌코프가 공연 관람 도중, 실수로 한 재채기가 브리잘로프 장군에 튀고 만다. 

 

체르뱌코프는 재채기가 튄 부분을 지속적으로 사과하려고 애쓴다. 장군은 됐다고는 하지만, 영 반응이 괜찮아 보이진 않다. 그렇다고 계속 재채기가 튄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닌거 같은데, 체르뱌코프는 혹여나 얼굴을 기억하고 불이익을 줄까 계속 사과하는 듯 보인다. 한번 사과하고 넘어가면 잊혀질 법도 한데, 뭔가 이야기가 잘못 흘러가는 듯 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제 사과의 도가 지나치기 시작하자 장군은 자신을 놀리는 거냐며 화를 내기 시작한다. 이에 주인공도 결국 속으로 폭주하는데 조금 소심한게 사과 대신 편지를 쓰겠다며 다짐한다. 허나 그마저도 포기하고 다시한번 만나 사과를 하기로 한다. 우물쭈물 사과를 하다 결국 꺼지라는 장군의 한마디의 체르뱌코프의 뱃 속이 터져버린 것 같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그는 죽었다.

 

평범한 관리와 장군의 위계 속에서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그려낸 이야기다. 결과적으로는 장군의 호통만으로도 죽음에 이르는 그의 심적인 불안은 흥미롭다. 죽음은 단편에서의 결말이지만, 현실 무대로 옮긴다면 사회적 죽음과도 연결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체르뱌코프처럼 사회적 죽음을 넘어 실제적 죽음에 이르는 관리들도 존재한다. 물론 여기서 재채기정도의 사소한 실수는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위계질서 속에서 심적 고통을 겪는 하급관리란 점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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