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천성 남이 싫어하는 짓을 나는안 했다결벽증, 자존심이라고나할까내가 싫은 일도 나는 하지 않았다못된 오만과 이기심이었을 것이다 나를 반기지 않는 친척이나 친구 집에는발걸음을 끊었다자식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싫은 일에 대한 병적인거부는의지보다 감정이 강하여어쩔 수 없었다이 경우 자식들은 예외였다 그와 같은 연고로사람 관계가 어려웠고 살기가 힘들었다 만약에 내가천성을 바꾸어남이 싫어하는 짓도 하고내가 싫은 일도 하고그랬으면 살기가 좀 편안했을까 아니다 그렇지는 않았을것이다내 삶은 훨씬 더 고달팠을 것이며지레 지쳐서 명줄이 줄었을 것이다 이제 내 인생은 거의 다가고감정의 탄력도 느슨해져서미운 정 고운 정 다 무덤덤하며가진 것이 많다 하기는어려우나빚진 것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