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죽음을 앞둔 환자 중에는 '내가 지은 죄가 많아서 지금 그 죗값을 치르고 있는 거야'라며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다. 나쁜 짓을 저질렀기 때문에 죽을병에 걸렸다고 자책하는 환자도 간혹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다. 나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약한지 의료 현장에서 수없이 실감했다. 약하니까 가끔은 해서는 안될 말을 내뱉고,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저지르기도 한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해당 챕터는 죽음을 앞둔 범죄전력이 있는 환자의 사연이 담겨있다. 마지막에 세례성사를 통해 속죄하며 생을 마감한 그는 죽음을 앞두고 평생의 삶을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꼈다. 나 또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크고작은 죄를 저지르며 살았고, 그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시간이 지나 희미해지며 정신적으로 괴로운 단계는 지났지만, 사진처럼 내 머리에 남아있고 잊어서는 안될 감정으로 남아있다.
완전 무결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은 단연코 없다. 다만 사회에서 정한 법을 어기고, 누군가의 삶에 피해를 줄만큼의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으로 한정한다면 비율이 꽤 줄기는 할지 모르겠다. 법을 어기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줬지만, 처벌받지 않은 채 다른 사람들과 섞여서 잘 사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말이다.
죄 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잊혀진 기억으로 정당화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죄를 지었을 때의 행동은 아무도 모를지라도 죄를 저지른 자기 자신만은 잊혀지지 않는다. 자기가 가진 양심이 작동하는 한 평생의 죄책감으로 자리잡기 마련이다. 죄책감의 정도가 강하고 약하고의 차이일 뿐이다.
후회할만한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분명 어떤 결과를 위해 나쁜짓을 하는 순간에 다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때 자신의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 소리에 귀울인다면, 죽기전에 후회할 한 가지는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평생을 괴롭힐 기억도 하나 없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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