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열한 번째 후회,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오츠 슈이치 저

p5kk1492 2024. 9. 10.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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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흔히들 고민이 있으면 여행을 떠나라고 조언한다. 거동이 불편할 때는 떠나고 싶어도 떠나기 어려운 현실을 수없이 목격한 나는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고민이 없어도 떠나라. 여행은 모든 후회를 말끔하게 씻어줄 것이다.

 

요즘 가수 릴러말즈의 Trip 을 듣곤 한다. "배낭 메고 여행이나 갈까, 머리도 식힐겸 지금말야, 아무런 계획도 없이 나 혼자, 여행이나 다녀 오지 뭐, 숨 좀 쉬고 싶어서..." 라고 시작하는 데, 후렴들어가기 직전에 마지막 숨 좀 쉬고 싶어서 라는 가사가 매우 적확한, 여행이 주는 위로가 아닐까 한다.

 

나는 여행이라기 보다는 2년여간의 호주 생활과 8개월 가량의 캐나다 살이를 한 경험이 있다. 해외에서의 생활이 삶의 위로가 된다는 말을 여실히 느낀다. 여행만큼 현실에서 벗어난 그 생활이 굉장한 매력이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다니곤 한다. 물론 해외생활을 하지 않았거나, 경험할 가능성이 적은 이들에게는 큰 관심사가 아니거나 그냥 드문 에피소드를 듣는 반응 정도다. 분명 경험자는 느낄 것이다. 고향에 대한 향수만큼, 해외생활에서 겪었던 부분에 대해 느끼는 아련함 같은 것들 말이다.

 

7년여간의 어두운 동굴같은 삶, 그때는 해외에 대한 향수가 없었다. 그냥 살고싶지 않다보니까 즐거웠던 기억을 잊어버렸다. 이제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내 삶에서 숨을 쉴 수 있게 해줬던 해외에서의 삶이 다시 떠올랐다. 여행보다는 장기간 해외에서 살아갈 기회가 생긴다면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 방법은 어렵지만 다양하게 찾아보기도 했다. 장기 해외봉사, 시니어와의 공동거주 등 비자가 허락할 수 있는 한에서 해외에서 장기간 살 루트는 어딜까 말이다.

 

여행보다 강렬한 것은 오랜시간 그 곳에 머물면서 어우러지는 사람들과의 관계다. 하루이틀, 일주 혹은 한달보다 6개월 혹은 1년, 2년 가량의 시간동안 만나고 헤어지는 관계에서 나란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되는 공부다. 그냥 내가 익숙했던 본국이 아닌 문화나 환경이 전혀다른 곳에 내던져진 내가 다른나라의 말로, 다른나라의 사람과 어울리고 있는 모습이 재밌고 신기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언젠가 다시 떠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참 축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조심스레 방법을 찾고 있다. 그리고 이왕이면 좀더 다른 과정이었으면 한다. 예전에는 한국을 도망쳐서 돈과 영주권 등과 같이 도피성이었다면, 내가 어딘가에서 나와 완전히 연고도 없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같이 만나서 생활하는 과정이 담겨있으면 한다. 도망쳐서 한번 숨통이 트였다면, 누군가 숨쉴 수 있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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