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원죄로 인한 결실이여
아아 가을은 풍요로우면서도
참혹한 계절이다 이별의 계절
이다
사람의 됨됨이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은 아니다
부자라고
모두가 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다
르다
후함으로 하여
삶이 풍성해지고
인색함으로 하여
삶이 궁색해 보이기도 하
는데
생명들은 어쨌거나
서로 나누며 소통하게 돼
있다
그렇게 아니라는 존재는
길가에 굴러있는
한낱 돌멩이와 다를 바
없다
나는 인색함으로 하여
메마르고 보잘것없는
인생을 더러 보아 왔다
심성이 후하여
넉넉하고 생기에 찬
인생도 더러 보아 왔다
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
후함은 낭비가 아니다
인색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
지만
후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
게 검약한다
사람 됨됨이에 따라
사는 세상도 달라진다
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
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감상
인색함과 후함을 논하는 작가의 시가 삶의 가치관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아마 이 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힘은 작가가 살아온 이력을 알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시의 내용 자체가 보편적인 정서를 담기도 하지만, 작가가 살아온 특수성도 작품을 몰입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아는 인색한 사람인가 아니면 후한 사람인가.
내가 가진것은 비루하나 적어도 베풀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애쓴다. 과거의 나는 인색한 인간에 가깝다. 검약함의 사유는 나의 이기적 욕심이있고, 누군가에게 베품도 타인의 평가에 예민함에 기인했다. 많은 가능성을 잃고 나서야, 기회의 순간에 절망을 체험한 뒤에 후한 인간의 삶을 동경하게 되었다. 부유하지 않아도 베풀수 있다는 사실을 늦게 알고 그렇게 살고자 한다. 돈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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