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박경리, 3부 가을 <어미 소>

p5kk1492 2024. 10. 1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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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어미 소

 

몇 해 전 일이다

암소는 새끼랑 함께

밭갈이하러 왔다

나는 소의 등을 뚜드려

주며

고맙다고 했다

암소는 기분이 좋은 것

같았고

새끼가 울면

음모오-하고

화답을 하며 일을 했다

열심히 밭갈이를 했다

 

이듬해였던가, 그 다음다

음 해였던가

밭갈이하러 온 암소는 혼

자였다

어딘지 분위기가 날카로

전과 같이 등 뚜드려 주

인사할 수 없었다

암소는 말을 잘 듣지 않

았다

농부와 실랭이를 하다가

다리뼈까지 삐고 말았다

농부는

새끼를 집에 두고 와서

지랄이라

하며 소를 때리고 화를

내었다

 

옛적부터 금수만 못하다

는 말이

왜 있었겠는가

자식 버리고 떠나는 이

인간 세상에 더러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자식을 팔아먹고

자식을 먹잇감으로 생각

하는

인간 세상에 부모가 더러

있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감상

어미소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마무리로 금수만도 못한 인간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있다. 새끼를 두고와서 걱정이 되어 말을 듣지 않는 어미 소, 자식을 팔아먹으려는 인간 부모들도 있는 마당에 말이다. 사람들이 금수보다 못한 경우가 꽤 있다. 생각하는 동물이라 인간은 오히려 천륜을 거스르는 삶을 사는 인간도 꽤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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