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오르뉘 하사라는 아둔한 인물을 내세워서 보불전쟁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단편이었다. 월요일이야기는 보불전쟁 이야기를 여러 챕터로 다루는 듯 하다. 내가 배경지식이 없어서 일단 양해를 구하며 글을 쓴다. 20년만에 하사를 달았던 노병 오르뉘가 다시 참전해서 기수라는 역할을 맡으면서 벌어지는 서사를 담아내고 있다.
저자 답게 역시 전쟁을 그리는 방식이 한 인물의 우스꽝스럽지만 매우 진지하기도 한 모습으로 잘 표현해 낸다. 기수의 역할을 부여받은 오르뉘는 매우 훌륭한 군인의 모습을 한다. 허나 깃발은 누더기가 되어가고, 전선도 불리하게 돌아감에도 오르뉘가 깃발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 자신이 기수가 되어 죽더라도 깃발을 지키겠다는 그의 태도가 그려진다.
단편답게 오르뉘도 결국 패배한 전투에서 프로이센 군인에게 깃발을 빼앗다가 죽음을 맞는다. 장렬한 최후라기 보다는 기수란 역할에 몰입된 한 노병, 혹은 아둔한 인물이 맞은 마지막 다웠다.
삶에 있어서 남들보다 느리고 모자란 인물들이 있다. 나도 비슷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유야 어떻든 대학도 중퇴에, 이민시도도 중도실패에다 불가피하게 오랜세월 최저임금에 천착해 살아가는 노동자로 산다. 나에게 뭔가 역할이 주어진다면 오르뉘처럼 과몰입할만 심리가 작동할런지 모르겠다. 다만 이 단편의 오르뉘를 보면서 타산지석 삼아야할 것은 분명하다. 내 자아나 정체성을 외부에 맡기면 망가진다. 최후가 물리적 죽음이 아니더라도, 정신적으로 자아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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