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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연민
갈대 꺾어 지붕 얹고
새들과 함께 살고 싶어
수만 리 장천
작은 날개 하나로 날아온
철새들
보리 심고 밀 심어서
새들과 나누며 살고 싶어
수많은 준령 넘어 넘어
어미와 새끼가 날아 앉는
강가
밀렵꾼 손목 부러트리고
새들 지켜 주며 살고 싶
어
전선에 앉아 한숨 돌리면
서
물 한 모금 밀알 하나 꿈
꾸는 새야
감상
철새가 쉬는 자리에 밀알을 심는 마음이 연민일까. 요즘은 캣맘이다 뭐다 하면서 책임없이 먹이만 주는 것을 연민이라 한다. 허나 밀알을 심는 것은 노동과 정성이 들어간 행위다. 진정 쉼터를 꾸려서 찾아오는 새들을 맞이하는 마음, 밀렵꾼 손목을 부러뜨린다는 자세까지 연민이상의 보호본성이 느껴진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토록 연민을 느낀 적이 있을까. 행동으로 까지 옮겼던 연민은 내 삶에 없다. 시도하는 중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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