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the Draftsman

The first draft of anything is shit...but I still have written that shit.

일상 끄적이기

죽음을 생각만 하다가 시도를 했던 때를 회상하며...

p5kk1492 2024. 10. 29.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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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 2012년인지, 13년인지도 헷갈렸을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다. 정확한 때는 기억이 안나지만 13년도 여름즈음으로 기억이 난다. 시도를 실패한 직후 서울에서 고향인 제주로 도망치듯 내려왔고, 6개월을 은둔형 인간으로 살았다. 나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행동 자체는 충동적이었지만, 수개월간 켜켜히 쌓인 우울한 감정과 감정기복을 견디다가 내린 결정이었다. 어리석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솔직히 가끔은 그때 시도가 성공해서 삶이 끝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학생이었던 당시 내가 우울했던 이유는 별거없다. 놀먹 대학생이 취업의 어려움을 마주한 순간 세상이 잿빛으로 변했을 뿐이다. 내가 읽었던 책들의 장르, 철학 역사 문학이 토익이나 경제경영 자기계발의 가치보다 못했을 뿐이다. 내가 정말 문사철을 읽고 문해력이 뛰어났다면 대학원생이 되었을 것이다. 사범대생으로 임용고시 준비도, 그렇다고 일반 대학생들의 취업준비조차, 대학원생이 될 용기마저 없는 인간이 겪은 우울함은 점차 커졌다. 

 

  답답한 마음에 학내 운영중이었던 심리상담센터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검사지를 받고 기계같이 판단하던 상담사를 보며 검사지가 정확하구나란 사실만 확인하고 우울한 감정으로 센터에서 퇴장했다. 당시에 내가 했던 행동은 무기력하게 집으로 돌아와서 사범대 취업이란 키워드로 몇시간 구글링하는 짓이었다. 큰 의미가 없이 무기력한 상태에서 시간을 죽이는게 몇개월동안 내모습이었다. 그렇게 시간도 죽이고 나도 죽이고 있었다.

 

  단순한 우울증은 사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이 된다고 한다. 번아웃이 오면 조금 휴식을 취하면, 몸이 강제로 셧다운시켰던 상태가 회복이 된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중증 우울증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정도기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는 그저 멘탈이 약한 내 성격이 문제구나 싶어서 상황을 방치했다. 죽음을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제로 옮기려는 계획까지 간다는게 위험신호인지 나조차도 몰랐다. 지금에 와서야 스스로에게, 그리고 주변인에게 자살신호를 보내고 있었음을 복기하고 있다.

 

  중간에 우울증을 극복한 줄 알았던 오만한 시간이 있었다. 임용고시는 애초에 볼생각은 없었고, 기존의 취업은 엄두가 안났던 나는 더 어려운 길을 택했다.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일단 우울증을 탈출시켜줬다. 취업준비가 안된 놀먹대학생이, 더더욱 준비가 안된 세상으로 스스로를 내 던졌다. 이때 언론 관련 대학생 활동을 몇개 했다. 바쁘게 살다보면 이게 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거름이 되겠지라고 착각하며 말이다. 원래 문제해결능력이 없는 사람은 잘못된 해법으로 스스로를 망친다. 새로운 꿈이 생겨서 매우 들떴던 이 시기가,이게 날 더 깊은 우울감으로 끌고 갈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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