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인정욕구의 화신이여, 예양을 떠올리며

p5kk1492 2024. 11. 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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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신을 기쁘게 해주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한다(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

 

사마천의 사기 자객열전에서 예양이란 인물이 남긴 말이다.  사위지기자사, 지백이 자신을 알아봐줬기에  죽임을 당한 그를 위해  누구도 명하지 않은 암살을 수행하는 예양의 모습은 그야말로 인정욕구의 극치를 보여준다. 예양이란 인물이 지나쳐 보일 수 있지만, 사람은 아니 남자란 동물은 특히 인정욕구 하나만으로도 자신의 인생을 거는 존재라고 해도 무방하다.

 

내가 유튜브를 보다가 유부남들이 토로하는 결혼생활이 불행하다 느끼는 가장 1순위 사유는 고맙다는 피드백이 없는 가족들을 볼 때라고 한다. 당연한 수순을 넘어서 자신이 남편 혹은 아버지, 가장으로 하는 일련의 행위에 대해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 것이 너무 불행하다 느낀다고 말한다.

 

사실 남편, 아버지가 바라는게 가부장제도의 가장으로서 권위를 인정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냥 고맙다는 마음이나 정서가 전혀 느껴지지 않기에 결혼한 나 자신에 대해 불행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이 남자들의 현실이다. 내가 여성들이 어떤 점에서 결혼생활에서 불행함을 느끼는 지는 모른다. 다만 한가지 사유 중 자신이 아내로서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때 마음의 블랙홀이 생긴다는 부분은 들은 바 있다. 그러나 이것도 오랜 결혼생활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대표적 사유인지는 모르겠다.

 

남성의 경우는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가정, 결국 인정욕구를 느끼지 못하는 결핍이란 점에서 공감이 된다. 불혼자인 입장에서 이 부분이 큰게, 나도 인정욕구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일도 그렇고, 연애도 그러한데 결혼은 오죽할까. 사실 내가 그렸던 최악의 아버지의 모습은 인간 atm 기가 되어버린 가장이다. 일이 끝나고 돌아오면 투명인간이 된 아버지, 남편이 돈얘기가 나올때만 존재가 보이고 다시 투명화 되는 삶. 소파와 하나가되어 맥주 혹은 소주로 하루를 삼키며 끝내는 삶,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인생 말이다.

 

다시 예양의 말로 돌아가보자.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는다. 달리 말하자면,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가족을 위해 죽는다. 인정받지 못해도 죽지 못해 사는 수컷을 위해,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죽을 만큼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남편, 아버지에게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 줄 수 있음을. 인정 받을만한 행동을 한 사람에게는 적어도 인정욕구를 채워주는 아량은 베풀어 주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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