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노동이 신성할까? 일하는자 먹지도 말라는 채찍

p5kk1492 2024. 11. 10.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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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beit macht frei

 

노동이 자유를 주리라는 독일어다. 이 단어는 독일 사회에서 금기어다. 이유는 아이슈비츠 수용소 입구에 걸려있던 문구이기 떄문이다. 유대인을 비롯한 수용자들을 가둬놓고 나치는 학대에 가까운 강제노동과 가스실 처형과 같은 인간 역사의 큰 오점을 남겼다. 노동이 주는 가치에 대한 경구가 나치의 만행에 의해 금기어가 되었다. 실제로 독일 방송에 한 진행자가 사용했다 논란이 되었다는 일화를 나무위키에서 본 적이 있다. 사실 실제로 금기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우슈비츠 입구에 있었던 그 사진은 유명하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 간판

 

 

일하는 자 먹지도 말라는 격언이 우리 사회에서도 통용이 된다. 나도 노동의 신성성에 지금도 어느정도 동의를 한다. 돈을 많이 벌고 못 벌고를 떠나 그냥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다. 그러면서도 모순된 감정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 신성한 노동관이, 부정당하는 세상이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는 노동의 신성성을 프로파간다로 혹은 신념과 이념으로 다수에게 전파하면서, 노동에서 해방된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노동을 신성화 하지만 모든 인간은 노동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한다. 노동에서 자유로운 곳에서 철학이나 문학, 예술들이 나오기도 하고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노동을 통해 신성하게 얻은 자본으로 다시 자본을 재생산한다. 약간 좌파적인 가치관으로 이어지는데, 이런 내용은 20대에 대학에서 좌파적 세례를 받을 때부터 유지된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떠나 그냥 내 개인적인 삶을 돌아보자.

 

나는 그냥 소박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목표가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 살자란 모토를 가졌었다. 그래서 취미부터 전공에 이르기까지 내가 좋아하던 장르로 선택하며 살았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임금노동은 그저 진입장벽이 낮은 최저임금에 속한 직업군들 뿐이다. 어린시절에 최저임금 노동,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디딤돌 혹은 체험이라 생각하며 했다. 호주에서는 이민을 위한 자금확보 혹은 생활비마련, 캐나다에서도 이민을 준비하기 위한 여백을 채우는 등의 수단이었다. 즉 나에게 노동은 신성하기 보다 무엇인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지금의 나는 왜 임금노동을 하는가? 대학시절에 꿈많던 20대도 아니고, 이민을 목표로 하던 해외체류 한국인도 아니다. 생활비와 사람구실이라는 명목 말고는 최저임금 노동의 이유가 없다. 정말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아야하는 이 경구를 지키기 위한게 아니면 큰 의미가 없는 노동을 하는데, 이게 신성한가? 

 

최저임금을 하는 상황의 장점은 일 자체에 대한 미련이 딱히 없다. 스트레스가 많아도 그냥 어차피 딴일도 마찬가지일 거란 생각때문에 그냥 일을 한다. 그리고 여차하면 퇴사하고 다른 일 하고 말지라는 마인드다. 최저임금 직업군은 오래일해도 큰 메리트가 없다. 물론 이런 마인드 때문에 직업적인 커리어가 없는 인간이겠지만.

 

임금노동으로는 자산을 축적하기 어렵다. 결국 임금노동자들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다른 방식의 자산축적 방법을 모색한다.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인물들도 사업가 혹은 사업적 혁신가들, 막대산 자산을 물려바는 등 자본을 다시 자본으로 재생산하는 방식이 훨씬 신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물론 이런 것들을 떠나서 앞서 말했지만 돈을 떠나 임금 노동이 주는 가치를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신성함이라던가 먹지도말라는 경구가 그냥 물음표를 느낀다.

 

내가 하는 노동이 내가 좋아하는 일에 기반한게 아니다 보니 취미나 봉사에 눈길이 가는게 장점중에 장점일지도, 돈이 안되니까 남들이 신경도 안쓰고 좋다. 물론 이런 행동 자체가 루저같다고 긁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 솔직히 사실이다. 돈버는 일이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니가 도피하면서 얻은 활동들인건 사실이다. 근데 도망치는 곳에 낙원이 없다고 말하지만, 의외로 쉼터정도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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