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당한 상황과 식인, 그리고 나름의 반전등이 섞인 단편이다. 좀 뻔했고, 여전히 다수의 광기와 소수자가 가졌던 힌트 정도가 눈에 띄었다. 희생양은 이미 정해져있었다는 중의적 장치가 나름의 이 단편이 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눈을 떠보니 조난당한 사실을 알게된 한 청년, 그리고 이미 조난 3일차의 사내와 2일차 모녀 등 총 다섯명에게 벌어지는 사건이다. 결국 먹을 것이 없어 제비뽑기를 통해 식인을 논의하는 과정과 그 결행이 전개된다. 제비뽑기를 통해 희생자가 결정되었으니 모녀의 둘째 딸, 여러 이야기 속에서 청년이 살인역할을 하게되었는데,
그는 자신이 만약 뽑힌다면 말할 이야기가 있다고 예고된 고백을 하나 한다. 뽑히기전에 말하기 구차한 내용이라는 말과 함께
뽑기의 걸린 딸에게 청년이 결심한 순간, 사내가 청년의 뒤를 친다. 사실 그들은 가족이었고, 이미 굶주린 그들에게는 새로운 조난자는 희생자, 식인의 제물이었을 뿐이다. 청년이 희생양이었다는 사실로 마무리되면서, 다행히 그의 희생으로 구출되었다는 소식으로 결말이 난다.
그런데, 희생자는 청년이 아니라 가족들이었다. 청년이 뽑힌뒤에 밝히고자 했던 것은 에이즈 양성, 결국 희생양은 죽은 청년에게서 에이즈 양성 환자가 된 가족들로 전이되었다. 식인으로 두 희생집단이 발생했는데, 죽은자도 살아남은자도 모두 무엇을 위한 희생인지.
조난시에 식인행위는 법적으로 참작이 되는 판례가 거의 200여년전에 해상 조난사건을 통해 남았다. 금기시 되는 식인 행위가 판례로 인정되는 것은 극단적인 생존의 가능성을 감안한 처사다. 금기로 인해 모든 사람이 죽는 숭고한 상황도 있겠지만, 현실은 소설보다 더 극단적이긴 하다.
조난, 식인, 에이즈 등 사실 소재 자체가 신선하다고 할 순 없다. 김동식 저자는 소재들을 가지고 요리조리 잘 요리해서 자신의 가진 주제의식을 끊임없이 설파하는 일종의 인간의 은은한 광기를 가르쳐주는 일타강사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 설명출보다 주제의식은 은은하게 담아내는 소설이 대중에게 더 설득력이 있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나같은 부류의 글을 쓰는 사람들은 설득력이 미약하다. 재능이 탁월하다면 작가를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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