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산책, 그리고 기억의 초가집 2024-05-23

p5kk1492 2024. 5. 2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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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낮에 산책을 하곤 한다. 몇달 전에 우연찮게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숙제처럼 시작한 산책이 큰 힘이 되었다. 예전에는 일을 마친 뒤 저녁에 잠깐 배회하곤 했다. 요즘은 날씨가 좋아서,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햋빛을 맞으며 산책하니 기분이 참 좋더라. 사실 산책 자체에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테지만, 내가 글을 쓰고 말을 남기기 위해 잡생각을 정리하는 부분에 대한 목적이 크다. 산책을 통해 생겨나는 잡생각은 일상적인 상황보다 좀더 정리가 잘 되는 편이다. 그래서 철학자들 중에 산책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꽤 있나보다. 걸으면서 생각이 정리될 떄, 글을 쓸만한 소재들이 나타난다. 그럼 나는 글감도 생기고 유튜브 업로드 1회권도 갖게 된다.

 

내 머릿 속은 딱히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이것 저것 잡스러운 생각이 산책을 통해 한두가지 정리된 상념으로 자리한다. 이런 생각 속에 그냥 기억의 궁전이란 개념이 떠올랐다. 기억의 궁전은 원래 일종의 연상법인데, 엄청난 암기력을 가진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억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암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마치 머릿속의 궁전, 하나의 집을 만들어서 기억을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연상되게끔 암기하는 방법이다. 나는 이런 능력도 없고, 내 수준에서는 따라할 수 없는 방법론이다. 나는 그저 내 머리에는 초가집정도가 있지 싶다..

 

기억의 초가집, 그냥 내 머리는 정리가 안된 기억들이 흑백사진처럼 널려있다. 산만하게 널려서 어떤 사진은 가끔은 선명하게 있다. 또 어떤 사진들은 빛이 바래서 흐릿하고, 구석에 박힌 사진은 억지로 찾아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잡동사니같은, 그러나 소심하고 예민한 내 성격이 만든 기억의 초가집은 산책을 통해, 가끔 상념에 빠지거나 사색에 잠길때 사진처럼 기억을 꺼내어준다. 요즘은 산책이 여러 기억들을 잘 엮어주고 있다. 오늘도 걸었고, 내일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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