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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있든 인생은 흔들림의 연속이다.
해당 오디오북도 한라산에서 하산하던 중 들은 컨텐츠다. 위의 말은 나무위키로 해당 작품의 정보를 찾던 중 메시지가 좋아서 우라까이 했다. 한국이 싫어서란 작품은 내가 한국에서 도망쳐 호주워홀과 캐나다이민시도를 했던 기억이 잘 서려있는 작품이었다. 작중 주계나역을 맡은 고아성 배우의 쉽게 눌리는 발작버튼이 나의 20대를 보는 듯 했고, 한국에서도 뉴질랜드에서도 단만 쓴맛 똥맛을 다 본뒤에 차분해진 결말도 뭔가 맘에 들었다.
이 작품에 서사 안에는 한국에서 해외로 떴을 때,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다 담아내었다. 현지 한인들이 주는 특유의 느낌, 먼저 정착해서 자신들이 뭔가 대단한 정보를 선점했다는 태도도 잘 담아냈다. 그리고 현지에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하는 한인 유학생 혹은 워홀러들의 모습도 적절하게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 단, 부유하게 유학을 하는 한인보다는 약간은 워홀러와 유학생 중간정도의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주계나의 경우에도 넉넉하지 못한 유학생이라 거의 워홀을 하다가 이민을 택한 한인 느낌이었다.
고아성 배우가 주계나역을 참 잘한게, 주계나는 조금 자격지심이 큰 인물로 보인다. 물론 주변에서 그녀를 평온하게 만들게 하진 못한 설정들이 많았다. 불합리한 회사, 올드한 느낌의 어머니, 그리고 계나의 마음을 이해하기보다 자기가 책임지겠단 마음만 큰 남자친구 등이 그녀를 발작버튼을 누르게 만들었다. 아마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냥 네네 하고 뒤에서 욕하거나 짜증냈지만 주계나는 참지 않고 지른다. 그러다 못해 한국이 싫어 뉴질랜드 행 티켓까지 끊는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 하지만 낙원까지는 바라지 않는다는게 우리네 추노들 입장이란 생각을 전하고 싶다. 나도 어쩔 수 없이 다시 한국, 제주라는 고향에 있지만 여전히 해외살이의 추억이 있다. 내가 여행보다 해외살이 2-3년이 좋은게, 그들의 문화에 담겨있는 밝음과 어둠을 다 끌어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말그대로 그들의 섞여 살면서 내가 은근 적응을 하는 놈이란 자부심이 생긴다. 그들이 가진 아시안에 대한 정서도 나름 느껴지고,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 가지고 지들 딴애는 고결한 인종주의를 보여주는 척도 하는게 좆같으면서도 나름 느끼는게 많았다.
한국이 싫다면, 한번은 해외에 나가서 해외가 싫어지는 경험도 해보는게 좋다. 그러면 한국에서도 해외에서도 적응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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