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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나서 최종적으로 오디오북까지 접한 이유는 킬리언 머피란 배우 때문이었다. 소설애호가들 입장에서 클레어 키건이 유명하겠지만, 개인적으로 킬리언 머피가 가진 배우로서의 매력이 참 끌렸다. 소설 원작에다가 킬리언 머피가 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빌 펄롱 배역을 맡아서 기대감이 컸다.
문제는 영화를 볼 수 없다는 상황이었다. 제주라서 극장에 걸려있지 않았고, 영화를 구매해서 집에서 보고 싶어도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아는 형님이 구해준 어둠의 경로에서 찾은 컨텐츠를 보고 말았다. 사실 어렸을때는 아무 거리낌 없이 어둠의 경로를 애용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컨텐츠는 제대로 값을 지불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중에 이 영화가 유튜브나 왓챠에 올라오면 반드시 구매하여 속죄하기로.
일단 오디오북으로 밀리의 서재에 올라왔지만 보지 않았다. 내가 선호하는 순서는 영화, 전자책이라서 오디오북만 있는 경우엔 잘 접하지 않는다. 그래서 리디북스에서 책을 구매한뒤 대충 봤다. 너무 대충봐서 줄거리를 전체적으로 많이 놓친 것을 영화를 보면서 이해했다. 그리고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영화에서도 내가 많이 놓친게 있구나 하면서 들었다. 한라산 정상에 오르면서 들었는데, 거의 끝까지 올라가기 직전까지 이 처럼 사소한 것들을 이해하며 등산을 했다.
오디오북으로 책과 영화를 전체적으로 다시 복기한 느낌이 들었다. 소설의 제목처럼, 막달레나 수녀원의 존재에 대한 빌 펄롱의 내적 갈등 디테일하게 표현된다. 사소한 묘사등이 소설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데, 정말 사소하지 않는 어두운 사건에 대해 암시한다는 것을 잘 드러냈다. 사실 좋은 소설은 암시하고, 나쁜 소설은 진술한다는 저자의 말을 듣고 나서야 이해한 측면도 있다. 그리고 첫 문장에서 물에 빠져 죽은 여자를 암시하는 묘사도 저자와 옮긴이간의 소통 속에서 번역이 이뤄졌다는 내용도 있다.
이 책에 내용은 막달레나 수녀원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허구적 인물과 사건으로 재구성했다. 그리고 나는 영화에서 킬리언 머피가 빌 펄롱을 연기하는 그 장면들이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기대한 것 이상을 보여주는 배우가 아닌가 싶다. 그가 등장한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그의 연기와 마스크가 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사연이 있는 듯한, 퇴폐적인 느낌도 주고, 선량해 보이기도 하는 매력적인 인상이 참 묘하다. 그가 이 처럼 사소한 것들에서 빌 펄롱이 가진 내면의 갈등, 자신의 커뮤니티에서 수녀원이 갖고 있는 어둠에 대해 고뇌하는 상황을 너무나 잘 묘사했다.
카톨릭 신자로서, 카톨릭의 부정한 사건을 다룬 소재를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표현이 이상하게 느낄 수 있겠지만, 자신이 따르거나 믿고 있는 신념의 어두운 부분도 공개적으로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스포트라이트의 경우도 신부들의 아동성추행에 대해 폭로한 탐사보도 기자들의 이야기인데, 교황청에서도 공식적으로 찬사를 표한 바 있다. 그들이 자신들이 치부를 가리고 싶지만, 오랜 역사 속에서 부정한 사건들을 은폐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하지 못한 행동이란 점은 학습했으리라 본다. 막달레나 수녀원 사건도 2013년이 되서야 아일랜드 정부측에서 입장을 내세운 만큼,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실제로 많은 증거들이 폐기된 점도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역사의 아픔들도 이와 같은, 진술이 아닌 암시의 예술로 승화되야 한다고 본다. 직접적으로 진술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암시를 통해 이해하면 과거의 아픔이 전이 되듯이 가슴에 새겨진다. 그것이 다큐멘터리보다 소설이나 영화가 가진 힘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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