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서술 대상의 차이가 아니라 역사의 대사건을 서술하면서 취한 두 역사가의 태도다. '세계대전'의 역사를 쓴 그리스 사람 헤로도토스는 그리스와 페르시아를 공정하게 대했고, '내전'의 역사를 쓴 아테네 시민 투키디데스는 델로스 동맹과 펠로폰네소스동맹을 공정하게 다루었다. 그들이 어느 한쪽을 감정적으로 편들었다면 사실을 편향되게 기록하고 해석했을 것이고, <역사>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인류의 문화 자산이 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나는 두 역사가가 헬라인의 관점에서 서술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두 책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다. 허나 헤로도토스는 헬라스인과 비헬라스 문명간의 충돌과정을 서술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했다. 그 과정에서 허무맹랑하다는 비판까지 받는 사료도 포함해서 서술해냈다. 그 이유는 그리스문명과 페르시아문명을 비롯한 모든 문명에 대한 존중이 담겨있었다고 본다. 그런 서술과정에서 문명간의 충돌을 세계사적으로 다뤄냈다.
투키디데스도 아테네인이 아니라 그리스문명의 내전의 양상을 설명하기 위해 델로스 동맹과 펠로폰네소스 동맹간의 출동을 상세히 서술하였다. 두 동맹에 대해서도 동등하게 다뤘다고 하니, 아테네인 출신인 역사가 이전에 그는 그리스이라는, 근대적 개념의 민족의식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헬라인이라는 관념이 꽤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헬라인, 헬라라는 그 문명에는 고등적인 관념이 있었던게 분명하다. 근대적인 네셔널리즘 이전에 그리스에는 스스로 문명인이라는 자부심, 그 힘 덕분에 역사서술도 매력적이었다. 오늘날에도 편향적인 역사관이 넘치는 시대에, 고대 그리스에는 세계사를 다루는 헤로도토스와 민족사를 다루는 투키디데스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서술 태도가 바람직했다는 부분도, 역사를 바라보는 우리들에게도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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