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삶의 의지에 관하여

p5kk1492 2024. 5. 2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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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한 주제로 흔적을 남기는 것은 위험하다. 일단 내가 가진 주제의식이 확고하지 않은 채 글을 남기면, 나중에 분명 삭제할 게 뻔하다. 그래서 사실 이 주제를 정하기 전에 자기관리 하는 마인드에 대해서 정리한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자기관리를 주제로 다루기엔, 내가 자기관리에 너무 먼 인간이고, 약간 뉘앙스가 좋지 않게 흐를 가능성이 커서 보류했다. 그래서 차라리 삶의 의지, 삶에 대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기 가치를 실현하는 지 에 대해 간단한 생각을 남겨 보고자 한다.

 

대충 내가 정상적이었을 당시 나의 삶의 의지는 1과 10점 사이에 한 5점 정도였다. 적당히 내가 하고싶은 일을 추구하는 점은 삶의 의지를 논하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한 5점에서 6-7점정도를 목표로하는 소박하지만, 계획은 없는 삶을 살았다. 그래도 나름 하고 싶은대로 살면서 적당히 기분좋게 사는 삶이었다.

 

그러다가 삶의 의지를 상실하는 두번의 계기가 있었고, 그 뒤로는 한 1-2점 정도의 삶의 의지를 가지고 살고 있지 않나 하고 스스로 평하고 있다. 내가 삶의 의지를 5점이나 줄 수 있던 것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지키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5점이 작아보이지만 나에게 5점은 내 스스로를 경멸하다가도, 작은 위로를 줄 수 있는 기본값이었다. 넌 그래도 이런면이 있잖아, 넌 그래도 이런 장점은 있어 하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단계, 그래 넌 6-7점 짜리는 못되도 되니까 5점만큼만 살아보자. 이런 생각이었다.

 

1-2점의 삶을 살고 있는 나는 무엇인가 나사가 빠져있다고 해야할까. 그래도 지금은 점수라도 있지, 17년도의 나는 측정불가였다. 삶의 의지를 넘어 죽음의 의지를 갖고 살던 시체같은 인간이었다. 1-2점의 삶은 그냥 많은 걸 포기한 상태다. 이제는 나를 위로할 만한, 다독여줄만한 가치가 나에게 없다고 느끼는 상태다. 삶의 의욕이 아니라 왜 살아야 하는지가 수많은 상념의 비율 중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다시 5점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렵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은 해보고 싶다. 지금은 사실 그냥 자가호흡이 되니까 그냥 생존하고 있다는 감정이 든다. 죽을 마음은 없지만, 왜 살아야하는 지에 대해서도 크게 납득할 만한 사연이 없다. 그래도 점수표 안에 있다는 정도가 삶의 의지에 대해 여지를 두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