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거짓말

p5kk1492 2024. 6. 2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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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14/0005200543

 

"70대 기간제에 식사준비" 논란…청주시 게시판 난리

청주시 공무원들이 10여년 간 여성 기간제 노동자에게 식사 준비 등 개인적인 업무를 지시한 것이 밝혀져 감사관이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해당 노동자가) 거부 의사를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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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공무원이 70대 기간제 노동자에게 10여년간 식사 준비를 시킨 데에 대한 사건에 대한 기사 내용을 차조했다. 청주시 관계자에 해명이 가관인계, 거부 의사를 표현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앉아있다. 이런 기사를 접할 때, 나는 사람들이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을 입밖으로 내뱉을 수 있다는게 어처구니 없다는 기분을 느낀다. 직업에 귀천은 있다.

 

해당 기간제 노동자의 업무는 청소 및 시설물 관리 업무였으나, 공무원 집단은 식당이 없고, 배달이 힘들어서 식사준비를 시켰다. 70대의 고령의 여성은 허리와 다리수술 등으로 업무 외 노동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했으나, 해당 공무원들은 들은채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귀하신 공무원분들은 천한 기간제 노동자가 겨우 1시간 식사 준비하고 설거지 한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사건이 언론으로 기사화 되자 기간제 노동자는 식사준비로부터 해방되었고, 조사팀마저도 끝끝내 자신들의 행태가 문제되지 않음을 주장하면서 마무리하고 있다. 문제삼게 되면 자신들의 공무 상 인사평가에 문제가 될까봐 사건을 덮으려는 모습이 보인다. 자체조사가 결국 사건을 덮은 다음 정리하기 위함 아닌가. 아마 저 기간제 노동자도 일할 수 있는 기간도 얼마 남지 않을 것이다. 아마 기사가 잊혀질 즈음에 기간제를 빌미로 재계약 안하면 되니까 말이다.

 

사람들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얻은 보상에 대해 굉장히 큰 자존감을 얻곤 한다. 공무원들은 엄청난 경쟁율의 시험과정을 뚫고 그 자리에 선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 결과물로 특권의식을 느낀다. 일반화 하면 안되지만, 일단 하겠다. 그들은 자신들의 직업이 귀하다 느낀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려운 시험과 수많은 사람들의 꿈 위에 자기 자신이 올라서 있음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지금 공무원에 인기가 시들고 있다고 해도, 남들이 하고싶어 할 때 합격한 지금 공무원들은 이미 구름위에 있다. 자신들은 귀한 신분이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 아래 우리의 천한 기간제 노동자들이 있다. 어렵사리 계약직으로, 언제든지 재계약이 실패할 수 있다는 마음에 문제될 행동은 삼가한다. 그렇게 귀한 공무원들이 식모노릇을 시켜도 묵묵히 하고 만다. 칼자루는 당신들에게 있기에, 몸이 안좋다는 동정어린 호소를 해보지만 들은채도 않하는 귀한분들에게 끝내 밥을 차리고 있을 뿐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공허하다. 오히려 그 말을 하는게 분노를 일으킨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표현으로 오히려 귀천의식을 갖게 만든다. 구름위에 떠있는 사람들이 마치 아랫사람들에게 위로하듯이 던지는 말, 직업에 귀천은 없다는 경구는 좀 듣기 거북하다. 어떤 직업을 가졌느냐에 따라 우리는 그 대상으로 구분한다. 직업을 떠나 얼마 버는지에 따라 나누기도 하고 말이다. 이래도 귀천의식이 없다는 말이 맞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직업에 귀천이 없는 대신에 얼마나 버느냐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하면 속물같지만 더 현실적인 느낌이긴 하다.

 

위의 기사내용이 안타까운 건, 이 일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점이다. 어디선가 을의 위치에서 계약직의 삶을 사는 노동자들이 갑질을 당하고 있다. 사실 갑질을 하는 노동자들도 어디선사 을의 입장이다. 결국 약자는 또다른 약자앞에서 강자를 흉내낸다. 강약약강, 약육강식의 정글이 펼쳐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노동시작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 나도 누구보다 약자인 살얼음판의 노동자중 하나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