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3 독서벙 후기

이번 독서벙 시간에는 가쿠다 미쓰요의 <종이달>을 읽었습니다. 원작을 바탕으로 일본과 한국 양쪽에서 드라마로 작품화되었고, 개인적으로도 넷플릭스에서 김서형 주연의 한국드라마 <종이달>을 통해 소설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작인 종이달은 주인공인 우메자와 리카가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던 은행에서 1억 원을 횡령하고 종적을 감췄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소설에서는 메인 주인공 리카와 주변 등장인물들이 돈으로 인해 삶이 괴로워지는 이야기를 번갈아 보여줍니다. 고타와의 내연관계로 인해 1억 엔에 달하는 돈을 횡령하게 된 리카, 돈에 대해 지나치게 근검절약하는 유코, 아내의 지나친 과소비로 인해 갈등 중인 카즈키, 쇼핑중독으로 인해 남편에게 이혼하고 독립한 아키 등 각자 다른 이유로 돈으로 인해 현생에서 괴로움을 겪습니다.

 

각자 돈으로 인해 겪는 이야기가 마치 옴니버스 같이 진행되는 듯 하지만, 모두 리카와 인연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들 과거의 리카를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1억 엔 횡령사건 소식을 접한 그들은 과거의 리카와 범죄를 저지른 현생의 그녀와의 간극을 설명하기 위한 서사라고 보였습니다. 무엇이 리카를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가게 만들었을까? 개인적으로 그녀의 마음에 작은 구멍이 뚫려서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카는 마사후미와의 관계가 좋지 않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그녀가 은행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다시 일을 하면서, 마사후미가 보인 행동에 기인합니다. 마사후미의 대사에서 둘의 관계에서 자신의 우위에 있는 듯한 뉘앙스가 자주 등장합니다. 읽어보면 약간 유치한데, 리카가 한턱 사면 마사후미는 좀 더 비싼 장소에서 돈을 쓰면서 리카를 긁는 대사를 칩니다.

 

"요전에 갔던 프랑스 레스토랑보다는 제대로 된 걸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인 해석이기에 읽고 나서 리카의 잘못을 남편 탓이라고 단정 짓는다고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마사후미의 행동이 잦다 보니 결국 리카는 둘의 관계는 좋지 않을 때, 돈 없는 고학생 고타를 알게 됩니다. 그렇게 처음엔 호의를 베풀던 행동이 내연의 관계로, 자신이 돈으로 내연관계에서 주도권을 쥐는 듯한 상황으로 흘러가다 파국을 맞이합니다.

 

처음에는 잠깐 돈을 썼다가 메꿔야지에서 계획적으로 예금을 횡령하는 단계까지 갑니다. 그때 리카는 돈을 쓰는 정도에 대해서도 무감각해 보입니다. 결국 고타도 리카와의 관계보다 또래의 여자친구를 택했고, 남은 건 그동안 횡령하고 사치스럽게 사용한 1억 엔이란 범죄기록이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태국으로 도피하고 그곳에서 이야기가 결말이 납니다.

 

원작의 이야기와 일본판 드라마는 주제의식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드 특유의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가르치려 드는 모습이 좀 보입니다. 크게 거슬리지는 않지만, 일드 특유의 색깔이 보인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결말도 약간 다르게, 태국으로 도망갔던 리카가 모호하게 끝난 원작과 달리 일본드라마판은 주인공이 약간 자수하는 듯한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김서형 배우의 종이달은 10부작으로 우메자와리카역을 김서형배우가 유이화역으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찾아보니 김서형 배우가 원작에 읽고 한국에서 리메이크되고 있는지 수소문해서 작품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한국판은 소설보다 유이화란 배역에 힘을 더 실어주는 느낌이 개인적으로 들었습니다. 원작의 주제의식보다는 좀 더 다른 느낌으로 여운이 남았습니다. 

 

원작 소설은 밀리의 서재를 통해서 읽었지만, 드라마들은 유튜브 몰아보기로 살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확실히 영상화된 작품은 확인차원에서 접하게 되네요. 점점 강제 소설파가 되어가는 느낌이네요. 그래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 원작소설의 매력은 '이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로 나오면 어떨까?'란 상상을 현실로 마주할 수 있어 좋습니다. 등장인물도 잘 기억 못 하는 문해력이지만 소설 읽는 재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책 있으면 독서벙 후기로 남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드라마 몰아보기도 소개가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