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70원 오른 최저임금 기사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 기사를 비롯해 많은 매체에서 최저시급에 대해 다뤘다. 그중에서도 조금 내가 긁혔던 부분은 자영업자에 대한 옹호성 기사다. 자영업자를 옹호해서 불만인게 아니었다. 최저시급 1만원시대, 자영업자 '사형선고'라는 헤드라인, 소위 야마를 그따위로 달고 선동을 하는 언론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기자란 직업이 이럴때는 그냥 회사원들 같은 느낌이 든다. 자신들의 데스크에서 던져주는 야마를 두고 기계적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직장인들을 보는 듯하다.
기자라면, 현실을 바라볼때 일종의 시대정신을 갖고 기사를 써야 하지 않을까라는 이상적 생각을 해본다. 지금 최저임금 1만원 시대라는 표현이 너무 선동적이다. 시급이 만원이 되길 바라던 시기는 대략 10년전부터 나왔다. 그 당시에 달성이 되었다면, 물가수준이나 한국의 경제적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대우다. 급진적인 주장이라고 감히 표현하겠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진짜 우리다 망한다였겠지.
지금 시급1만원은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하면, 그냥 삭감이다. 오늘날의 만원으로 저렴한 식당에서 한끼식사 할까말까 한 수준이다. 내가 07학번일때 시급이 4500원이었는데, 이 때 시급으로도 내가 일하던 파스타를 먹으려면 2시간 받은 일해야 한다. 당시에 맥도날드 햄버거 셋트는 아마 먹을 수 있었을거다. 지금의 만원이랑 당시의 4500원이 엇비슷하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 최저임금 오르는 정도만큼 물가도 올랐다는 부분에 대해서 알면서, 최저시급 일만원시대가 열렸다는 표현을 쓰고 있는가. 기사한줄 쓰고 퇴근하자 마인드로밖에 안보인다.
글을 쓰면서도, 내가 감정을 담아서 쓰고 있는데 느껴진다. 아마 내 글을 보고 불편한 생각이 드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이 내용을 유튜브 라디오로 녹음하면 아마 외국인 노동자나 조선족에 대해 다룰때만큼 반발이 있을거 같기도 하다. 어쨋든, 나는 170원밖에 오르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갖는게 아니다. 이번에 한 200원 오르겠거니 했다.
실례지만 정치관련 언급을 하겠다. 문재인정권 당시 소득주도성장으로 최저시급을 급격하게 올린바 있다. 그때 최저시급을 올린 후유증에 비해 생각보다 경제적으로 성과가 없었다. 소득주도성장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최저시급을 올려야한다는 당위성이 무너진 셈이다. 올려도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안된다,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이다라는 대전제가 깔려버리면서 이미 최저시급은 상승의 동력을 상실했다.
최저시급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폄하하는게 아니라, 동결하는 자들의 논거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동결을 논하다가 10원인상을 말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용자, 그리고 170원의 인상이 자연스런 결과다. 나는 최저시급 노동자의 입장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더이상 최저시급이 제대로 오를거란 생각도 안한다. 아마 한국경제는 최저시급의 인상을 견딜 수준도 안된다. 일단 사용자들의 마인드셋 자체가 그러하다.
그렇다고 한국인 사용자들의 논리에 악마적이라고 폄하할 이유도 없다. 인건비상승은 결국 외국계 노동자로 대처하던가 아예 로봇이나 AI로 전환하면 그만이다. 이윤창출을 위해 계속 비용절감을 하는게 기업의 영리추구 방식이니 말이다. 그냥 최저시급 1만원시대가 열렸다느니, 자영업자는 이제 사형선고를 받았다느니 하는 역겨운 헤드라인은 좀 두고보기 어렵다. 노동자들도 최저시급 올라가는거 포기했으니까 자영업자들도 인건비 못줄 정도면 1인사업가 내지 폐업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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