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워홀러라는 주홍글씨

p5kk1492 2024. 8. 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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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277/0005454461

 

"'워홀' 경험 숨긴 여친과 결혼해도 될까요?"

결혼을 앞둔 남성이 여자친구가 과거 '워홀(워킹 홀리데이)'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어 파혼을 고민 중이라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자친구와 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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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경험을 속인 여자친구와의 결혼에 대해 다시생각한다는 사연을 다룬 기사를 참조했다. 아시아 경제에 올라온 기사인데, 기사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쉽다. 해당 내용은 커뮤니티에 도는 이야기로 이미 갑론을박이 여러해 진행되었다. 이런 내용을 기사로 다룬다는게 기자로서 좀 자존심이 있는가 싶다. 그래도 워홀러 출신으로서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번 이야기하고자 한다.

 

워홀출신이라고 하면, 대부분 색안경을 끼고 본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대하는 시선이 좀 냉정하다. 이유는 문란하게 워홀 생활을 보냈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그렇다면 워킹홀리데이를 경험한 여성들은 해외에서 문란한 생활을 보내는게 사실일까? 내 기준에서는 아니라고 본다. 일단 사람들이 워홀경험이 있는 여성에게 주홍글씨를 새기는 이유는 해외에서 여러 남자와 관계를 맺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점이 첫번째다. 거기에 동양여성으로서 외국인 남성들, 대표적으로 백인남성과의 관계에 대해서 자유롭게 만났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더욱 짙은 색안경을 낀다.

 

그리고 두번째는 동거문제, 해외에서의 생활은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민감하다. 그래서 동성이던 이성이던 집세를 절약하기위해 방하나에 같이 지내는것도 흔하다. 물론 연인이 되면 동거를 하는 경우가 매우 높다. 이 동거문제로 인해 여성의 워홀경험이 아마 첫번째 만큼이나 크게 작용한다. 세번째는 위의 선입견때문에 워홀경험을 숨기는 여성들을 비난하는 점이다. 자유로운 연애, 동거를 경험했으니 워홀경험을 숨긴다며 더욱더 강한 비난을 하고 소위 워홀러는 거른다는 말을 한다.

 

재밌는 사실을 남자들의 워홀경험은 딱히 비난하지 않는다. 해외 워홀을 경험한 남성들이 여자들처럼 자유로운 연애와 동거를 하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리고 동양인 남성으로서 동양인 여성처럼 해외에서 인기가 많아 연애기회가 늘어나는것도 아니다. 그냥 국내에서 인기남이면 해외에서도 적당히 인기가 있다. 여성의 경우 해외에서 보다 기회가 많은 것은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내가 워홀러로서 굳이 여성 워홀경험자를 그냥 보자면, 남자들은 해외에 나가도 기회가 없다는게 여성 워홀경험자를 더 비난하는 잣대가 센 거 같다. 국내나 해외나 자유로운 연애관으로 관계를 맺는 여성들도 많다. 그리고 여러사람을 만나서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해외에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외국인 남성들과 연애를 한것에 대해 문제삼을게 있을까 싶다. 

 

물론 나도 동양인으로서, 안그래도 국내에서도 그다지 인기있는 유형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고 잘 지내던 어느 외국인 여사친이 백인 남성과 사귀는 것을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일종의 열등감이었다고 본다. 나중에 일본인 여사친의 경우도, 결국 백인 남성과 연애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때 나도 열등한 태도로 시기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속좁은 마음이라고 본다. 자유연애 시작이고, 도의적으로 여러명을 동시에 만나는 것은 좀 비판의 여지는 있다. 그런데 단시 해외에서 좀 연애했다고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것은 안타깝다.

 

그리고 동거문제는 해외생활의 특수성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게 아무래도 국내에서 살거나 해외거주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동거를 바라보면 불순한 의도만 떠오르게 된다. 해외에서 동거는 정말 경제적 관점으로 보는게 크다. 남녀 둘이서 한방에서 하루종일 붙어서 뒹굴려고 한다는 생각은 굉장히 1차원적인 마인드다. 그리고 국내에서 동거 유경험자분들도 알겠지만, 같이 살면 처음에야 불붙어서 관계가 짙어져도, 오래 동거하면 그냥 같은 경제적 동지가 되어간다. 동거에 대한 관념도 좀 유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마지막으로 워홀경험을 숨기는 여성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편이다. 해외에서의 만남이나 동거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깰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내린 여성들의 선택이다. 속이는 것은 나쁜 일이지만, 그들에게도 워홀경험이 분명 추억일텐데 어쩔 수가 없지 않은가. 나는 남성 워홀러로서의 삶에 대해 가감없이 다 말하고 다녔다. 심지어 말하기 껄끄러운 부분도 다 말할 정도다. 남성 워홀러 출신들은 여기저기 입을 털고 다니는데, 여성들은 왜 숨기게 되는지 참 한국사회의 워홀러 출신 여성에 대한 주홍글씨가 소름끼친다.

 

워킹홀리데이는 그나라에서 살았던 추억이 정말 전부다. 그나라에서의 언어도 잊혀져가고, 돈도 사라진다. 그냥 거기서 단순한 일자리를 하면서도 만났던 많은 사람들과의 기억이 삶의 위로가 된다. 혼자만의 추억으로 숨긴다는게 아까울 정도로 해외생활이 주는 현생에 대한 위로감이 참 크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내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해외생활에 도전해보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그런 소중한 추억을 숨기면서 살아가야 한다는게 안타까워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워홀러가 워홀러에게 전하는 편지라고 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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