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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한
육신의 아픈 기억은
쉽게 지워진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덧나기 일쑤이다
떠났다가도 돌아와서
깊은 밤 나를 쳐다보곤
한다
나를 쳐다볼 뿐만 아니라
때론 슬프게 흐느끼고
때론 분노로 떨게 하고
절망을 안겨 주기도 하다
육신의 아픔은 감각이지
만
마음의 상처는
삶의 본질과 닿아 있기
때문일까
그것을 한이라 하는가
감상
육체의 고통보다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기 쉽지가 않다. 한국에서 특유의 정서인 한, 한이란 표현이 일제 강점기를 비롯해 수탈의 역사를 겪어온 민족의 심적 상처가 전해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진짜 심각한 신체적 상처는 아물고, 심지어 신체 일부가 손상되는 상황도 세월이 흐르면 적응한다. 문제는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는 평생가기도 하고, 죽을때까지 한스럽게 남는다. 한, 나에게도 한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과거의 총기 있던 나, 남에게 소탈하게 대하는 나와는 달리 상처입은 내가 지금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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