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박경리, 4부 까치설 <소문>

p5kk1492 2024. 10. 26. 06:39
728x90
반응형

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소문

 

세상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사는 내게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소문

은 있었다

소문이란 본시 믿을 것이

못 되고

호의적인 것도 아니어서

덕 될 것이 없다

살기에 지친 사람들에게

그러거나 말거나 알 바

아니지만

놀고 먹는 사람들에겐 생

광스런 소일거리

 

사실은 그것도 호랑이 담

배 피던 시절의 얘기

옛날에는 바람 따라 왔던

소문이 

이제는 전파에 실리어 오

양적으로나 속도로 보아

실로 엄청나다

뿐이겠는가

불 땐 굴뚝에 연기가 아

니 나고

불 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

마술 같은 일들이 진행

중이다

 

소위 자본주의 방식의 하

나이며

정치가들 뒤질세라 편승

하는 역할 편

거대한 산업

어디로 가나 세상 구석구

광고의 싸락눈 안 내리는

곳이 없다

 

천문학적 자본을 쏟아붓고

인력을 쏟아붓고

시간을 쏟아붓고

그것으로 먹고산다

그것으로 돈 벌어 부자가

된다

그것은 정치 전략의 요체

가 되었다

 

그것으로 먹고사는 함정

에서

사람들은 빠져나갈 수가

없다

소비가 왕인 정경 합작의

괴물을

그 누가 퇴치할 것인가

천하무적의 폭군이 지나

간 자리엔

영세민의 수만 늘어나고

얽히고설킨 이른 봄

연못의 맹꽁이 알처럼 파

산자가 떠돈다

 

옛날에 내가 꽃을 심었을

옷 나오나 밥 나오나 하

면서 어머니는

꽃모종을 뽑아 버리고 상

추씨를 뿌렸다

그땐 내가 울었지만

옷 나오지도 않고 밥 나

오지도 않고

좁쌀 알갱이 한 톨 떨구

어 주지 않는 광고는

그러면 꽃인가, 종이꽃이

자본주의 요염한 종이

꽃이다

씨앗도 없는 단절과 절망

의 종이꽃

 

감상

내 생각엔 3부의 작품들이 시적인 느낌들의 시가 많고, 나머지는 분량이나 내용이 에세이같은 시들로 구성된 듯하다. 이번 시도 옮겨쓰다가 분량때문에 일단 당황했고, 내용도 시적인 느낌보다 요즘 세태에 대한 비판적 논평으로 보는 듯 했다. 시적인 구성이나 느낌도 있겠으나, 그렇게 보기엔 내가 시적감성이 결여되서 느끼지 않는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