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소문
세상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사는 내게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소문
은 있었다
소문이란 본시 믿을 것이
못 되고
호의적인 것도 아니어서
덕 될 것이 없다
살기에 지친 사람들에게
는
그러거나 말거나 알 바
아니지만
놀고 먹는 사람들에겐 생
광스런 소일거리
사실은 그것도 호랑이 담
배 피던 시절의 얘기
옛날에는 바람 따라 왔던
소문이
이제는 전파에 실리어 오
고
양적으로나 속도로 보아
실로 엄청나다
뿐이겠는가
불 땐 굴뚝에 연기가 아
니 나고
불 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
마술 같은 일들이 진행
중이다
소위 자본주의 방식의 하
나이며
정치가들 뒤질세라 편승
하는 역할 편
거대한 산업
어디로 가나 세상 구석구
석
광고의 싸락눈 안 내리는
곳이 없다
천문학적 자본을 쏟아붓고
인력을 쏟아붓고
시간을 쏟아붓고
그것으로 먹고산다
그것으로 돈 벌어 부자가
된다
그것은 정치 전략의 요체
가 되었다
그것으로 먹고사는 함정
에서
사람들은 빠져나갈 수가
없다
소비가 왕인 정경 합작의
괴물을
그 누가 퇴치할 것인가
천하무적의 폭군이 지나
간 자리엔
영세민의 수만 늘어나고
얽히고설킨 이른 봄
연못의 맹꽁이 알처럼 파
산자가 떠돈다
옛날에 내가 꽃을 심었을
떄
옷 나오나 밥 나오나 하
면서 어머니는
꽃모종을 뽑아 버리고 상
추씨를 뿌렸다
그땐 내가 울었지만
옷 나오지도 않고 밥 나
오지도 않고
좁쌀 알갱이 한 톨 떨구
어 주지 않는 광고는
그러면 꽃인가, 종이꽃이
다
자본주의 요염한 종이
꽃이다
씨앗도 없는 단절과 절망
의 종이꽃
감상
내 생각엔 3부의 작품들이 시적인 느낌들의 시가 많고, 나머지는 분량이나 내용이 에세이같은 시들로 구성된 듯하다. 이번 시도 옮겨쓰다가 분량때문에 일단 당황했고, 내용도 시적인 느낌보다 요즘 세태에 대한 비판적 논평으로 보는 듯 했다. 시적인 구성이나 느낌도 있겠으나, 그렇게 보기엔 내가 시적감성이 결여되서 느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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