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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보불전쟁과는 다른 낡은 집과 집주인인 노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쩌면 집을 팔아야 하는 노인과, 그 낡은 집이 은유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생각하려면 어렵다. 그냥 있는 그대로 노인이 집에 대한 애착의 정서가 가족들에 의해 무시당하는 과정, 그리고 결국 오래된 그의 집이 팔리면서 노인도 마치 삶이 마감이 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결말이 인상적이다.
나는 그토록 흡족한 표정으로 조용히 그곳을 거닐던 가엾은 노인을 생각했다. 그리고 밀짚모자를 쓴 채 늙은 정원사처럼 구부정한 모습으로 파리의 가게 뒤를 헤매고 있을 소심한 그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소심한 그가 권태에 지쳐 눈물을 글썽이며 그렇게 헤매고 있는 동안 그의 며느리는 새로운 계산대 뒤에서 집을 팔아 마련한 돈을 의기양양하게 짤랑거리고 있으리라.
이 결말이 마치 노인의 정체성을 헐값에 팔아버린 씁쓸함이 전해진다. 이번 소재는 제목처럼 팔 집과 노인이 한 묶음으로 보여진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노인은 그저 팔려야할 집을 부여잡은 뒷방 늙은이 같은 존재다. 팔 집은 헐값이라도 건저라서라도 처분해야할 곳이고, 이 광경이 참 두 존재를 동화시킨다. 겹쳐보이게 만들어준다.
나는 어떤 존재인지, 나도 물건처럼 혹은 소모품처럼 어디선가 쓰이다 버리게 되지 않을까. 효용가치가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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