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the Draftsman

The first draft of anything is shit...but I still have written that s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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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1672

이기주 언어의 온도 틈 그리고 튼튼함

"네? 틈이라고 하셨나요?""그래, 탑이 너무 오밀조밀하면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폭삭 내려앉아. 어디 탑만 그렇겠나. 뭐든 틈이 있어야 튼튼한 법이지..."스님이 들려준 설명이 건축학적으로 타당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동안 내 삶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던 감정과 관계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돌이켜보니 지나치게 완벽을 기하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게 만든 대상이 셀 수 없이 많았던 것 같다.틈은 중요하다. 어쩌면 채우고 메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지 모르겠다. 다만 틈 만드는 일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틈, 뭐랄까 누군가에게 틈을 보이면 밑보인다는 느낌이 든다. 아니면 보이지 않아야할 틈까지 보여줘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다. 난, 틈..

김동식 단편 사망 공동체

저승에서 인구가 줄어들어 죽음의 짝을 만들어 저승오는 사람을 늘린다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단편이다. 내 죽음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누군가가 죽어서 함께 사망하게 된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모든이의 죽음을 막기위한 운동을 시작한다. 두명에서 세명의 사망공동체로 늘리는 등 인류의 노력에 대해 저승도 정책을 강화했고, 인류는 죽음의 원인인 노화까지 늦췄다. 그렇게 늙어 죽지 않는 세상, 노인들은 안식을 원해도 사람들이 막았다. 사망공동체는 이제 죽음을 막기 위해 삶을 강요한다. 저승의 노림수는 죽어서 오는 이들의 노동력이었음을, 이제 죽어서도 안식이 아닌 노동이 가능해진 저승인구에 흡족해 하며 사망공동체를 해제한다. 그렇게 인간들은 저승정책에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를 결론에 혼란에 빠진채 이야기는..

129 결혼을 긍정하는 것 하루 한장 니체 아포리즘

-160 아침놀우리가 결혼을 인정하는 것은, 첫째, 우리가 아직 결혼을 모르기 때문이고 둘째,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고 셋째, 결혼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거의 모든 경우를 긍정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결혼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이러한 긍정으로 증명되어 있지 않다. 생각멋 모를 때 해야 결혼을 한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결혼을 이미 한 경우, 의리로 산다는 말을 할 정도로 결혼을 긍정하는 전제조건이 딱히 결혼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느낌이 들진 않는다. 해석니체는 결혼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소크라테스를 제외한 위대한 철학자들이 결혼하지 않은 것을 예로 들어 결혼은 철학자에게는 장애물과 같다고 했다. 니체는 결혼을 상호 의존성을 도모하고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지만, 이로 인해 개인의..

2024-11-16 오늘의 구절

Verse of the dayThe Lord himself goes before you and will be with you; he will never leave you nor forsake you. Do not be afraid; do not be discouraged."Deuteronomy 31:8 NIV 내가 종교를 가진 것은 천국을 가기 위한 티켓이 아니라 그저 조용히 누울 곳을 위함이 아니었을까. 신을 믿지 않은 사람도 어딘가 기댈 구석이 필요하듯, 나는 아마 쉬운길로 신을 믿는 방법으로 안식을 얻고자 했을 뿐이다. 거창한 교리를 알고싶다거나, 구원을 원하거나, 죄 사함을 받고자 함은 아니다. 내 죄는 내 스스로 용서할 수 없고, 구원을 바라지도 않는다. 믿더라도 내 사후세계의 도착지가 지옥일지..

일상 끄적이기 2024.11.16

128 괴로움에 대한 용기 하루 한장 니체 아포리즘

-160 아침놀우리는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꽤 많은 불쾌를 견딜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위는 이 무거운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알맞게 되어 있다. 아마 괴로움이 없다면 인생이라는 식사는 무미건조하게 생각되어질 것이다. 고통에 대한 좋은 의지가 없다면 우리는 너무 많은 기쁨을 놓칠 게 분명하다! 생각인간은 고통을 견딜 수 있기에 기쁨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고통이 없다면 공허가 그 자리를 채운다. 나를 죽이지 못한 것들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또다른 아포리즘 처럼, 우리는 꽤 고통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다. 안타깝게도 사람마다 고통을 견디는 차이는 있다. 나는 겨우 살아남았지만, 누군가는 떠났다. 해석니체는 참된 즐거움은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인간은 힘에의 의지를 통해 어려움..

2024-11-15 오늘의 구절

Verse of the dayAnd my God will meet all your needs according to the riches of his glory in Christ Jesus.Philippians 4:19 NIV 그리스도인에게는 예수의 풍성함으로 채워진다는 구절인데, 흥미롭다. 종교를 찾는 것도, 사실 우리가 과학과 이성이 신의 자리를 대체하는 세상 속에서도 채우기 힘든 공허의 세계를 채워준다. 너무나도 쉽게 채워지는데 우리는 잘 모른다. 믿음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 만으로도 충족되는 것은 사실 이성이나 과학 혹은 기존의 철학이 주는 충족과는 다른 형질의 것이다. 종교를 갖는 것을 마치 쉬운길이라고 설명한다는게 또다른 오해를 만드는 것은 사실이나, 쉬우면서도 어려운 ..

일상 끄적이기 2024.11.15

이기주 언어의 온도 사랑은 변명하지 않는다

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지하철 노부부의 행동을 보고 사랑에 대해 정의내리는 저자의 글이 참 아름답다. 나도 사실 별건 아니지만, 편의점알바 시절에 손을 잡고 들어와서 물건을 고르던 노부부를 보고 사랑에 대해 생각해본 기억이 난다. 저자는 이어폰을 권하는 아내에 말에 불편감 없이 자연스레 바로 행동에 옮기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이 글을 썼다.  편의점에서 본 노부부, 호주에서 본 노부부들의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과 언어들이 사랑을 정의내리게 한다. 젊은 시절의 열정적인 순간보다 황혼에 저무렀을 때 무르익는 노년의 관계가 좀더 사랑을 정의하고 사유하게 만든다.

김동식 단편 식인 빌딩

해당 단편은 조던필 감독의 높이란 작품이 떠오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인류를 위협하는 상황이 마치 코스믹 호러 느낌이 난다. 그들을 없앨 방법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는데, 의외로 결말을 보고나면 이렇게 해결할 수 있었구나 하는 우연적 상황으로 끝이 난다. 해답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식인괴물을 없앨 수 없을 것이란 절망감에 비인간적인 광기들을 서로 보여준다. 사실 이런느낌의 서사를 좋아하진 않지만,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약간은 후련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뭔가 허무하기도 한 감정을 잘 그려낸다. 외부에서 공격하면 증식을 하던 식인 빌딩이 내부에 폭발로 인해 모든 식인빌딩이 소멸해버리나. 내부 폭발을 주도한 전자 상가의 건물이 희생자는 영웅이 되었지만, 모두가 좋아할 ..

겟츠타고 Think out loud 듣던 외노자 시절

요즘 운동한다는 명분으로 버스를 타고 두 정거장 거리를 걷지 않고 귀가를 하고 있다. 오늘은 특이하게 익숙한 비트가 들렸다. 다이나믹 듀오의 잔돈을 됐어요의 인트로가 나오면서 개리의 랩이 시작되었다. 여기까진 그저 잠깐 추억에 잠겼는데, 뒤이어 에드 시런의 Think out loud 가 나오더라. 내가 추억에 잠기는 팝은 호주 워홀러 시절, 외국인 근로자의 삶을 살던 와중에 듣던 노동요들이 그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우박맞아 찌그러진 골프공 같은 경차 겟츠가 처음이자 마지막 차다. 겟츠는 한국에서는 클릭이란 이름의 경차로 팔렸는데, 내가 탄 겟츠는 앞좌석만 차문이 있는 특징의 차량이었다. 같이 살던 친구에게 3000불을 주고 수동운전까지 배워서 타고 다녔던 추억의 차이다. 이 차는 앞서 말했듯 우박을 쳐..

127 약속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 하루 한장 니체 아포리즘

-160 아침놀어떤 약속이 이루어질 때, 약속을 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말의 배후에서 말로 표현되지 않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말은 약속을 하는 힘의 일부분에 해당되는 힘을 방출하고 소비함으로써 약속을 약하게 한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손을 뻗고 동시에 손가락을 입에 대라. 그러면 그대들은 가장 확실하게 약속한 것이 된다. 생각I am a man of my word 란 표현처럼 약속과 말은 밀접한 연관을 지녔다. 니체는 약속은 언어 너머에 힘에 의해 작동한다고 말한다. 어떤 방식으로 약속이 말보다 더 강렬함이 있을까. 해석약속은 상호 간 신뢰를 기반으로 사적관계 또는 거래, 계약 등 사회적 관계에서도 중요하다. 약속을 할 때에는 상대방의 언어뿐만 아니라 비언어적인 표현과 상황, 과거의 패턴, 정직성과 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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