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틈이라고 하셨나요?""그래, 탑이 너무 오밀조밀하면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폭삭 내려앉아. 어디 탑만 그렇겠나. 뭐든 틈이 있어야 튼튼한 법이지..."스님이 들려준 설명이 건축학적으로 타당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동안 내 삶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던 감정과 관계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돌이켜보니 지나치게 완벽을 기하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게 만든 대상이 셀 수 없이 많았던 것 같다.틈은 중요하다. 어쩌면 채우고 메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지 모르겠다. 다만 틈 만드는 일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틈, 뭐랄까 누군가에게 틈을 보이면 밑보인다는 느낌이 든다. 아니면 보이지 않아야할 틈까지 보여줘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다. 난, 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