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게 시작한 이주민 봉사활동도 나름 3달차의 접어들었고, 24년 마지막 주 봉사활동을 맞이했다. 일주일에 한번 하기 때문에 봉사 회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일정한 루틴과 갑작스런 이벤트가 발생하는 소소한 재미를 주는 활동에 적응하고 있다. 몸은 딱히 적응하지 못하는지 봉사를 마치고 집에 오면 병든 닭처럼 졸다가 꿈뻑 잠이 들곤 한다. 어제도 그러했고.
오전에 한국사를 알려주는 시간을 갖기 전에, 일찍와서 유튜브 라디오를 녹음했다. 요즘은 오전에 딱히 준비할게 없다. 그래서 차라리 일찍와서 조용한 자리에 앉아서 라디오 한꼭지나 만들곤 한다. 이제 그날의 예상되는 어떤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오전에는 역사를 알려주는 방법에 관한 고민을 내용으로 이야기를 남겼다.
내가 오전에 가르치는 친구는 똘똘하다. 나름의 라포가 형성되었는지, 예전에도 좋은 질문을 하던 부분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 사실 이런 친구들에게 역사를 알려줄때 제일 재밌다. 교과서 바깥의 질문을 던질 줄 안다는 것은 수업내용을 듣고 정말 몰입하고 있단 생각을 주기 때문이다. 알려주는 사람으로서는 가르치는 맛을 주는 학생이다. 역사가 진도도 맞추기 힘들고, 이주민에게 한국사를 쉽게 전달하려는 고민도 계속하지만, 이 친구가 워낙 똘똘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좀더 내가 아는걸 전하고 싶을 뿐
그 뒤에 오후 한글봉사시간, 오늘도 무난하게 몇명 안오는 교실과 뒤늦게 참여할 친구들을 기다렸다. 허나 오늘은 인도네시아 친구 1명과 인도부부 1쌍이 새로운 학생으로 등장했다. 인도네시아 친구는 영어로 소통이 되었고, 한글 자모음을 대충은 알고 있었다. 그런에 인도부부의 경우 영어로 소통이 어려운 상태였다. 그래서 기존의 모범생 인도친구가 플레잉 코치가 되어 그들을 도우면서 여차저차 마무리했다. 오랫만에 시장통 느낌으로, 새로운 친구들과 기존 학생의 아이들이 뒤엉킨 무대에서 나는 산화되었다. 기분좋게.
1층으로 내려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뒷마무리를 한 뒤에 집으로 돌아왔다. 봉사를 한 날은, 원래 끝나고 코노를 가거나 영화를 볼법도 한데, 못하겠더라. 왜이리 진이 빠지던지 집에가서 일단 쉬어야 겠다 마음이 들더라. 잘생각은 없었는데 졸다가 휴대폰을 두세번 떨궜고, 그냥 자기로 했다. 잠깐 잠들었지만 뭐 어쨌든 피곤하고 기분좋은 어제를 떠올리며 글을 마친다. 올해의 마지막 봉사활동, 그리고 내년의 첫 봉사가 몇일 안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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