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슬픔이란 감정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마치 슬픔과 우울이란 말이 동치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에게 삶에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슬픔과 우울이 혼재된 기간이 시작되곤 한다. 그게 짧을 때도 있고, 오랜시간에 걸쳐 지속되기도 했었다. 슬픔이나 우울의 강도도 차이가 있었고, 기간과 강도는 인과관계가 없었다. 약한 슬픔이 짧게 찾아오기도 했었고, 깊고 짙은 우울감을 동반한 슬픔이 몇 해에 걸쳐 지속된 경우도 있었다.
슬픈 감정이 나에게 주는 괴로움은,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있다. 예전에는 속상한 일이 있으면, 쉽게 털어놓은 가벼운 사람이었다. 허나 내면의 깊은 우울감과 슬픔을 마주했을 떄, 이것은 남에게 말할만한 내용이 아니구나. 그것은 심각한 수준의 우울감, 그것이 가져온 자살시도라는 선택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누군가에게 나의 우울이나 슬픔을 잦게 말하던 떠벌이에서 벗어난다. 도망자의 길을 택했다.
그때와 같은 시도를 하지는 않겠지만, 슬픔이나 우울을 털어놓는 경우는 전문가의 질문 혹은 먼저 나의 상태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친한 사람 외에는 함구하는 편이다. 슬픔과 우울을 공유하면 전이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 각자의 슬픔을 안고 살아간다.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다. 사람은 누구나 힘들다의 논리가 만연하다. 타자를 비난하는게 아니고, 내가 그동안 타인의 고통에 무감했던 것을 반성하는 나름의 표현이다. 누구나 각자의 아픔이 슬픔으로 치환되어 있고, 그것을 스스로 극복해 나가고 있음을 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슬픔과 우울의 계절을 이겨내려 애쓴다.
슬픔, 우울이란 감정은 머리로 분석하곤 한다. 관련한 책도 뒤져보고 구글링도 하고, 유튜브란 컨텐츠도 활용하기도 한다. 허나 그런다고 해서 겨울이란 계절이 짧아지진 않는다. 마치 왕좌의 계임에서의 겨울과 같이 언제 올지도 모를, 그리고 언제 끝나는지도 알 수 없는 독특한 시기가 슬픔과 우울의 시간이다. 그거 그들이 찾아왔을 때, 또다른 내가 왔다고 반길 수밖에 없다. 반기는 척이라도 해야지, 내 일부인데.
'책 그리고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7 무신론 하루 한장 니체 아포리즘 (0) | 2025.01.03 |
---|---|
네가 올 때까지 영. 원. 히. 기다릴께 와이트 섬리딩 증후군 (0) | 2025.01.02 |
176 양심의 가책 하루 한장 니체 아포리즘 (0) | 2025.01.02 |
읽은 책 디어 호텔 그레이스 민이안 (0) | 2025.01.01 |
읽은 책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 (2) | 2025.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