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동화같은 판타지 소설을 보았다. 주인공 서은혜씨가 디어 호텔 그레이스라는 신비한 공간을 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소설이다. 막상 쓰려고 보니, 서사의 중심은 서은혜, 그리고 어머니 박명자, 동생 서미혜...그리고 메이다. 그녀들은 왜 이야기 속에서 서은혜의 주변에서 중심으로 비춰지는지, 책을 다 읽어나가면 쉽게 풀리는 작품이다.
호텔 디어 그레이스는 일종에 이세계라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드림컴퍼니가 운영하는 사업장인데, 처음 이용료는 무료체험이고 마지막에 바깥 세상에 대해 소원을 들어주기까지 하는 특이함을 보여준다. 보통 이런 대가없는 호혜를 베푸는 장치가 등장하면 긴장한다. 분명 주인공이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 역시나 주인공의 첫 무료 체험과 꿈을 이뤄준다는 방식이 무엇인가 어긋나 있어 읽다가 좀 긴장했다.
제목도 그렇고, 표지도 일단 주인공이 계속 소망이 잘못된 결과로 이어지는 비극적 서사로 이어질까봐 걱정했다. 왜냐면 주인공이 살면서 겪은 불만사항에 대한 소원이 소박하기도 하고, 순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뭔가 그 소원을 들어주는 방식이나 결과물이 "소원대로 해줬잖아"류의 약간은 괘씸죄스러운 상황이 연출될 까 걱정했다.
읽어 나가다 보니 주인공인 서은혜의 현재의 삶과 과거의 기억들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장치였고, 그 과정에서 어머니 명자와 동생 미혜의 상황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는 훈훈한 서사가 펼쳐졌다. 그리고 디어 호텔 그레이스의 매니저인 메이 역시 주인공과 관련인물이었고, 그녀 또한 서은혜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메이도 서은혜를 통해 행복을 얻었던 인물임을 알려준다. 결말은 너무나 동화같은 엔딩으로 잘 끝났고, 오랜만에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이 작품을 마치, 평론가나 서평을 전문으로 하는 독자가 난도질 하듯이 나의 긍정적 평가와는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이 소설은 어른 서은혜 양이 아이같은 마음으로 돌아가서 자신 주변인물과 현재의 삶을 회복해 나가는 동화라고 봐야한다. 동화같은 설정이지만, 현실이 동화같지만은 않다는 점도 당연히 제시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소설이다. 읽고나면 나도 순간 순진무구해진 느낌이 들었다. 가끔으 찌들어있는 담뱃내음같은 몸에서 벗어나는 작품도 나쁘진 않다.
'책 그리고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기주 언어의 온도 슬픔이라는 거울 (0) | 2025.01.02 |
---|---|
176 양심의 가책 하루 한장 니체 아포리즘 (0) | 2025.01.02 |
읽은 책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 (2) | 2025.01.01 |
나는 그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데 드 클레랑보 증후군 (0) | 2025.01.01 |
이기주 언어의 온도 지옥은 희망이 없는 곳 (0) | 2025.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