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the Draftsman

The first draft of anything is shit...but I still have written that shit.

짧지만, 길었던 해외생활

봉사후기 25/01/26 오늘도 난 학생이 된다.

p5kk1492 2025. 1. 2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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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왠지 오랜만에 봉사 활동을 하는 기분이있다. 저번주에는 오전봉사를 쉬어서 그런가보다. 오늘은 오전의 역사과목 마지막 남은 부분을 마무리하고 수업 앞 뒤로 사담을 나눴다. 수업 말미에 친구가 "역사가 싫어요?"라는 질문을 했다. 내가 중간에 유머로 종종 던진 뉘앙스에 순수한 궁금증이 담긴 대사였다. 

 

난 역사란 과목이 헤어진 여자친구라는 비유로 답했다. 어린시절부터 역사를 좋아해서 전공을 역사교육을 택했지만, 고졸이다. 임용을 도전한 것도, 그렇다고 대학원을 진학한 것도 아닌 상태로 꿈을 접었다. 그래서 아마 회피성으로 역사를 외면하고 살곤 했다. 예전 처럼 역사관련 카테고리에 천착하진 않았다. 그래도 가끔은 신선한 주제와 역사가 접목된 부분은 좋아했지, 한창 역사 일타강사들이 흥할 때 철저히 외면했다. 아마 역사포기자의 열폭이겠지.

 

그래도 검정고시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역사를 알려주다 보니, 내가 예전에 역사를 좋아하던 학생이 된 것만 같았다. 그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역사를 친구와 공유하는 맛이 컸던 것 같다. 그때는 그게 역사였지, 이젠 카테고리만 바꿔서 남들과 공유할 이야기라면 다 좋긴 하다. 물론 이제 혼자만 즐기기 위한 소재들로 철학이나 인문 장르의 책을 탐닉하는 것도 다른 대체제지만.

 

오전에는 그렇게 학생의 기분으로 마무리 했다면, 오후에는 진짜 학생과 학생간의 교류가 이뤄졌다. 오랜만에 원년 멤버 친구가 수업을 들으러 왔다. 그 친구는 이제 우리 수업 수준 이상의 한국어 교육을 원하는 학생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봉사 인원이 나밖에 없어서 내 수업 안에서 자습하고 질문으로 만족하는 중이다. 

 

그 친구의 한국어에 대한 질문이 참 나에게 배울점이 된다. 내가 한국어에 대한 이해수준도 파악하고, 그 한국어를 영어로 설명하는 부분도 정정받기도 한다. 나에게 그 친구가 영어로 한국어를 알려주는 방법을 알려주고 발전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학생이다. 나도 학생이되고 그친구도 배우는 상호교류적인 상황이 참 좋았다.

 

오늘 만큼 오전 오후 스스로 알찬 하루가 된적이 없었다. 오전에도 역사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오후에는 영어로 한글과 한국어를 알려주는 방법에 대한 훈련을 나름 거쳤다. 봉사를 하면서 내가 이렇게 성장하는 기분이 든다는게 매력적이다. 사실 내 학력수준으론 몸으로 하는 봉사나 가능할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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