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ment Philosopher’s Night - 주제: 죽음 (Death)
12년전에 셀리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란 책을 처음 접했다. 밀리의 서재를 보니 10주년 기념판, 2023.02.24 출간일을 보니 13년도에 본게 맞다. 그때 마이클 센델의 하버드 강의의 유행을 타고, 하버드와 예일등 아이비리그 3대 명강의 라는 마케팅으로 셀리케이건의 Death도 출간했었다. 그때는 한번 읽고 딴 사람에게 줬다. 이 책은 내가 다시 읽어봐야 이해가 안될 각이 보였다.
이번에 밀리에서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둘다 있길래, 재도전했다. 읽단 귀로 읽고나서 책을 먹었다. 그래도 어렵더라. 셀리케이건은 철학자가 고도로 집중된 방식으로 철학행위를 할때, 일종의 과학자나 수학자들이 보여주는 논리체계와 같아보인다는 느낌을 줬다. 일종의 사고실험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 책이었다. 머리에 죽음에 대해서 클리어하게 받아들이게 만들어주는 느낌이다. 여기서 클리어는 명확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그냥 하얘진 느낌이다. 죽음을 다시한번 하얀 도화지와 같은 느낌으로 사유하게 만든게 이번 책먹방&ASMR Death by 셀리 케이건의 책이었다.
1. 철학자들의 아포리즘 (Philosophers’ Aphorisms)
• “철학하는 것은 죽음을 연습하는 것이다.”
“To philosophize is to learn how to die.”
— 몽테뉴 (Michel de Montaigne)
죽음에 대한 막연한 생각, 부정적이거나 불안함이나 두려움을 철학을 통해 정리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게 좋은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가진 어떤 뚜렷하지 않은 견해들을, 인생의 선배 혹은 멘토와 같은 현인들의 발자취에서 죽음을 배운다. 그들이 지닌 철학이란 교보재를 통해 말이다.
• “죽음은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다.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존재하지 않으며, 죽음이 존재할 때,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Death is nothing to us, since when we exist, death is not, and when death exists, we are not.”
— 에피쿠로스 (Epicurus)
살아있을 때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무의미한게 우리는 죽기 전까진 죽음과 관련이 없긴 하다. 죽고 나서도 이미 죽었기 때문에 그러하고, 다만 우리가 죽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진폭이 커진다. 세월의 흐름에 우리는 나이가 들고, 주변에 가깝거나 사건 사고등을 통해 죽음을 접하고 또 우리 자신이 죽음에 가까운 실제 경험을 하기도 하니 말이다.
• “인간은 죽음을 향해 존재하는 존재이다.”
“Man is a being-toward-death.”
— 마르틴 하이데거 (Martin Heidegger)
하이데거는 인간, 현존재Da-sein은 일종에 세계에 내 던져진 존재이며, "불안"으로 실존적 상태에 있다 말한다. 불안이 투사하는 것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다. 결국 이 죽음 향해 뻗어있는 실존의 세계에서 우리는 존재물음을 통해, 실존적 관계맺음을 통해 내 존재에 대해 한 시간을 보낸다고 말한다. 물론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은, 존재에서 정의하고 후속편 시간은 없다.
•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목표다.”
“Death is not the end of life, but its goal.”
— 톨스토이 (Leo Tolstoy)
톨스토이의 문학도 실존주의 철학에 맞닿아 있다고 한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사실 그의 작품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보면, 주인공은 자신이 불멸할 것처럼 살다 죽음을 선고받았을 때의 내적일 붕괴, 주변의 관계에 대해 체념하는 서사가 잘 드러난다. 죽음이 삶에 끝이라 생각하면 주인공 이반의 삶처럼 비참해진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는 죽음을 목표로 살아가는게 맞을지도, 죽음을 직접 마주보는게 맞다.
•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는 노예처럼 산다.”
“He who fears death lives as a slave.”
— 세네카 (Seneca)
우리는 어차피 언제 죽을지 모른다. 어쩌면 죽음보다 못한 말년이 기다릴 수 도 있고 말이다. 죽음이 두려워서 현재의 삶을 망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죽음을 지연시키기 위해, 회피하기 위해 말이다. 죽음의 노예가 된 인생이다.
• “너는 네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Remember that you will die.” (Memento Mori)
— 스토아 철학자들 (Stoic Philosophers)
드라마 더 글로리 덕에 유명해진 라틴어 문구 아닐까. 나는 이 말과 왕좌의 게임의 발라 모굴리스, 인간은 모두 죽는다란 말이 참 맘에 든다. 결국 우리는 죽는다. 그리고 그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죽는다. 그것을 새겨두지 않으면, 인생이 참 공허할 수 있다.
2. 철학적 질문 (Philosophical Questions on Death)
(1) 죽음의 본질 (The Nature of Death)
• 죽음은 단순한 소멸인가, 아니면 새로운 존재 방식의 시작인가?
Is death merely the end of existence, or the beginning of a new mode of being?
이것은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을 묻는 질문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소멸을 전제로 하고, 죽은자는 소멸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이나 기록을 통해 존재할 수 있다.
• 죽음이 없다면 삶의 의미는 어떻게 변할까?
If death did not exist, how would the meaning of life change?
영원이 죽지 않는다면, 여러 문제가 발생하겠다. 아마 대부분 허무주의나 극단적인 자해 혹은 테러행위 등 기괴한 행위를 하게 되지 않을까. 죽음이 없으면 죽지도 죽이지도 못할테니 말이다.
• 인간만이 죽음을 자각하는 존재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
Are humans the only beings aware of their own death? If so, how does that shape our existence?
죽음을 알지만, 사람들 중에는 죽음은 내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처럼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막상 자신이 곧 죽을 것이란 선고를 받으면 어떤 기분일지, 나는 카뮈의 이방인에 담긴 철학적 메시지를 좋아한다. 인생을 마치 사형선고를 받고 날짜까지 나온 사형기결수라 생각하고 살자. 그렇다면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할지 명징해진다. 죽음이 내 옆에 있는데, 외면하지말고 친구처럼 지내자.
(2) 죽음과 윤리 (Death and Ethics)
• 안락사는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행위인가, 아니면 인간 생명의 침해인가?
Is euthanasia a respect for human dignity, or a violation of human life?
생명을 그저 유지만 하고 있다는게, 얼마나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행위인지 그 주변부의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나 또한 내가 내스스로 인지능력을 상실할 상황, 내가 나일 수 없는 치명적인 말기 상태라면 안락사를 요청하고 싶다. 살아있어도 살아있는게 아닌 상황에 대해 그것이 과연 인간의 존엄함보다 생명권 침해라는 가치를 지키는게 맞을까? 난 동의하지 않는다.
• 사형 제도는 정당한 정의의 실현인가, 아니면 국가가 허락한 살인인가?
Is the death penalty a legitimate execution of justice, or state-sanctioned murder?
이 부분은, 사형제도가 생각보다 범죄나나 국가에게 크게 효율이 높지 않다. 고대나 중세, 혹은 전근대적 사회에서는 범죄자를 처형하는 방식이 대중들을 계도하는, 즉 범죄를 저지르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했다. 허나 지금은 그 효율성이 떨어진다. 물론 사형수의 범죄로 인해 고통받는 유가족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범죄자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길 원할 수 있다. 고통스러운 것은 그가 죽어도, 희생자들은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태도인가?
Is it morally desirable not to fear death?
죽음을 두려워 하면서 받아들이는 것은 중요하지만, 사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상태는 위험하다. 특히 종교나 이데올로기에 강하게 전도된 인물들이 보통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게 만든다. 종교적 극단주의로 인한 테러리즘, 이데올로기를 위해 국가나 정부요인에게 테러를 가하는 사람들 말이다. 이들은 결국 도덕 위의 종교 혹은 이데올로기가 생겨버린 셈이다. 위험하다.
(5) 죽음과 실존 (Death and Existentialism)
• 내가 내일 죽는다면, 나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If I were to die tomorrow, how should I live today?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제일 좋아하는 루틴을 그대로 할 생각이다. 아침에 수영을 하고, 시간이 되면 복싱도 하고, 왠만하면 잠은 안자고 싶지만 깜빡 잠이들었다 일어나 글을 하나 쓰고, 그것을 녹음하고 그렇게 마지막은 기도를 하며 마무리할 생각이다. 누군가 보고싶은 사람, 예전에 나였다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지금은 없다. 만약에 죽기전에 내 옆에 누군가 있다면 그 사람과 보낼 일정을 짜는게 맞다고 본다.
• 죽음이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가, 아니면 의미를 빼앗아 가는가?
Does death give meaning to life, or does it take meaning away?
죽음을 제대로 마주한다면 더욱 삶에 대한 긍정적 의미부여를 할 수 있다. 삶에 대한 의미를 뺏았겼다는 생각이 드는 죽음은 자신이 죽음을 애써 외면하고 회피하다 갑작스럽게 마주쳤을 때의 상황이다. 죽음에 대해 제대로 마주하자.
• 삶과 죽음 중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Which is more important: life or death?
죽음이 중요하다.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삶은 비참해질 수 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다.
마무리 (Conclusion)
죽음은 인간 존재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며, 각 철학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석해 왔다. 이번 Basement Philosopher’s Night에서 우리는 죽음을 부정할 수도, 긍정할 수도, 혹은 그저 직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죽음을 사유함으로써 더 깊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Let us think of death, not as an end, but as a mirror reflecting the essence of life.”
“죽음을 끝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비추는 거울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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