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도믿걸 눈에는 호구가 보인다.

p5kk1492 2024. 6. 8. 21:00
728x90

나는 외출을 자주 하지 않는데, 높은 확률로 도믿걸을 마주친다. 이제는 전방 25미터에서 갑자기 내 방향으로 다가오는 여성이 확인되면, 높은 확률로 나에게 말을 건다. 당연히 100프로 도믿걸이다. 길에서 나에게 말을 거는 여성은 NGO 정기 후원을 요청하는 활동가 혹은 도믿걸이다. 둘다 돈을 바라긴 하는데, 쓰임새가 다른 의미의 후원이다. 한쪽은 후원이될 수도 있고, 다른 쪽은 호구가 되는 길이 되기도 하다.

 

나도 내 와꾸를 아는데, 길에서 말을 거는 여성이 어떤 유형인지는 안다. 그래서 이미 방향을 틀어서 입을 여는 순간부터 무시한다. 예전에는 죄송하다는 말도 했지만, 당한게 있어서 이제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간다. 아예 투명인간취급하는게 서로 편하다. 내가 예전에 요양보호사로 일하던 시절에, 같이 일하다가 그만둔 동료 선생님이 집요하게 만남을 잡더니 결국 대순진리회였다. 

 

그때 내가 얼마나 정신상태가 병신이었는지, 그 선생님의 친구들이라고 한명씩 데려오는 사람들의 궤변을 잠자코 들었다. 처음에 포섭하려고 들던 분은 그냥 포기했고, 그다음에 등장한 포섭자는 궤변을 신나게 늘어놓는 타입이었다. 마치 넌 호구니까 잠자코 들어라는 유형이었다. 나는 그때 왜 그걸 듣고 있었는지, 듣고 나서 왜 20만원의 제사비용을 지불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병신호구였다. 다행히 그 포섭자가 20만원을 얻은 뒤, 안심인지 방심인지 몰라도 대순진리회 어플을 트는걸 내가 봤다. 거기서 정신이 좀 들었다. 병신같이.

 

내가 수년을 반종교적인 가치관과 그를 뒷받침하기 위해 열심히 이성적으로 무장했었는데, 멘탈이 무너지면 그냥 나도 병신호구되는 것은 한순간임을 느꼈다. 20만원이 아깝지 않았고, 돌려받을 맘도 없었다. 돌려받고 싶었던 것은 예전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었던 내 모습이었다. 언제 또 정신적으로 취약해지면 나도 광기의 사이비신자가 되려나. 그렇게 몸도 마음도 돈도 다 갖다 바치는 병신이 되어있을까.

 

우연히 마주치는 도믿걸들은 말단의 포교자일 뿐이고, 어짜피 악의...라고 해봐야 당신들도 실적채우기 급급한 인간들인데 별수 없다. 그런데도 그냥 내 자신에게 화가 나기에, 흥분한 마음으로 글을 남기게 된다. 내 정신에 취약함을 본 그 때를 떠올리면, 언젠가 나도 다시 무너졌을 때, 그 때를 노리는 인간들에게 놀아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다. 세상은 참, 약자를 노리를 비겁한 인간들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