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짧은 감상,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p5kk1492 2024. 7. 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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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설은 습지 여인, 마시걸이라 불리던 카야라는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녀의 본명은 캐서린 클라크지만, 카야 혹은 마시걸이라 불리운다. 카야는 귀여운 애칭이지만, 마시걸은 일종의 멸칭이 될 수 있는 표현이다. 습지가 그녀의 집이고, 소설의 제목처럼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다. 습지에 천착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그렇지만 그곳에서 그녀가 삶의 기쁨 슬픔, 그리고 내적인 상처와 인간관계 등이 다 얽혀있었다.

 

카야는 홀로 살아갈 수 밖에 운명인 것처럼 모두가 떠나가는 경험을 한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해 어머니와 조디를 제외한 나머지 남매들도 떠났고, 조디도 결국 아버지를 견디기 어려워 떠났다. 그나마 조디는 떠나기 전에 카야에게 미리 알려줬지만, 그녀 주변을 떠난 것은 마찬가지긴하다. 아버지와 조심스레 관계를 회복하려던 차에, 그런 개차반 아버지도 그녀를 떠나 종적을 감춘다. 

 

그녀의 주변에는 마시걸을 돌보려는 소수의 따뜻한 어른도 있지만, 테이트 워커가 가장 큰 친구이자 연인이 있었다. 그녀에게 글도 알려주고 사랑의 감정을 알려준 친구, 그녀의 재능을 알고 이끌어준 소중한 인연이다. 하지만 카야를 소중히 생각하다보니 용기를 내지 못해 오랜 시간 오해를 갖게 했다. 그 공백에 체이스라는 양아치가 끼어들게 했다.

 

체이스의 적극적인 구애에 카야는 그가 수컷의 구애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받아들이고 말았다. 결혼을 약속하자는 달콤한 속삭임은 그가 이미 다른 여자와 약혼한 사실을 알고 분노한다. 체이스는 그녀를 그냥 야생의 암컷이라고 떠들어 댄다. 주변에게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욕정을 풀고 싶을때 찾아오는 인간이다. 그런 그가 죽어버렸다.

 

체이스의 죽음에 카야가 유력용의자로 몰아갔고, 미래가 유망한 청년 체이스는 사고가 아니라 살인당한 것처럼 변해갔다. 카야는 재판을 받고 판결에 따라 사형을 당할 수 도 있다는 불안에 괴로워한다. 재판이 진행되는 두달간 그녀는 감옥살이를 하며, 세상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강렬하게 느낀다. 야만의 마시걸이 전도유망한 체이스에 대해 분노하여 계획살인을 했다. 

 

결과는 무죄로 판결이 났지만, 그녀가 마시걸이란 사실에 대해 뼈저리게 느낀 계기였다. 고통스러운 사건을 통해 테이트의 변함없는 사랑을 알았고 다행히 둘은 깊은 인연으로 이어진 결말을 맞는다. 결말 후에 늙은 카야가 죽고 나서 남긴 것들을 정리하는 테이트를 묘사하며 이야긴 마무리된다.

 

이야기 자체가 참 흡입력이 있었다. 저자는 원래 생태관련 학자인데 첫소설로 베스트셀러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습지여인, 마시걸이란 설정도 아마 그녀의 학문적인 소양으로 설득력있는 캐릭터였다. 해석을 보고 알기도 했지만, 카야가 가진 그 외로움을 잘 그려낸 소설이다. 그녀가 마시걸로 살아갔던 것은 생물학적인 요소가 아니다. 바로 사회적, 정치적인 측면에서 비롯되었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그녀를 보호하지 않고, 마시걸이란 멸칭으로 방치한 부분에 대해 비판적으로 다루는 부분도 있다. 

 

외로움으로 자신 스스로 지키는 법을 배워나가야 했던 마시걸 카야, 그런 그녀옆에 어설펐지만 잘 사랑을 전했던 테이트, 양아치이긴 하지만 결국 마시걸이란 어떤식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캐릭터 체이스 등 다양한 인물들이 다 기억에 남는다. 가재를 노래하는 곳이란 소설의 제목처럼, 멸칭이지만 자신이 마시걸이란 정체성을 가지고 삶을 마감한 카야를 보면서 재밌게 완독했다.

 

영화는 어떨지 일단 궁금한데, 아마 이 내용을 압축해서 풀어내려면 고생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사랑이야기와 굵직한 재판 정도의 소재로 맥락을 엮었다면 재밌을 것 같기도 하다.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아무래도 영화의 장점을 잃기 마련이니 말이다. 영화를 감상하고 난 뒤 후기도 남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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