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에 이어 단편소설에 맛들린 김에 기 드 모파상의 단편집을 읽고 있다. 역시나 가장 유명한 단편, 목걸이가 첫 작품으로 나왔다. 목걸이의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해서 설명을 해야 할까 고민이 될 정도다. 허영심이 있던 여주인공이 파티에 초대되는 과정에서 빌린 고가의 목걸이를 잃으면서 고생길이 열렸다. 겨우 빚을 내어 목걸이를 물어주고, 10년의 세월을 남편과 함께 갖은 고생으로 무너져간다. 허영심은 커녕 아름다웠던 젊음을 잃은 그녀가 목걸이의 주인에게 하소연한 순간, 가짜목걸이란 사실을 알게되면서 끝이난다.
그녀의 허영심을 단순히 비난하긴 어렵다. 그녀는 단지 자신의 처지가 자기의 본연의 가치보다 못하다는게 불만이었다. 자신은 좀더 나은 대우를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점, 그게 그녀의 허영심을 키우는 원인이 되었다. 살면서 항상 그런것은 아니지만, 내가 이런 대우를 받을 만한 사람은 아니지 않나 하는 자괴감을 느낀 경우가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뭔가 살면서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 나는 좀더 나은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하면서 뭔가 현실을 부정하는 경험이 있었다.
목걸이의 주인공인 그녀 또한 자신이 여성으로서의 가치가 적어도 하급관리와 결혼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파티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가치가 돋보이기 위해 애를쓰다보니, 결국 파국에 이르렀을 뿐이다. 허영심을 위해 무리하게 행동하면 어떤 결과가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작품이긴 하다. 누구나 허영심은 있다. 그 정도가 자신의 사람에 영향을 크게 주거나 아니면 거의 미치지 않거나라고 본다.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란 책에서 인간의 외피는 참고 견딜만 하나, 허영심으로 덮힌 영혼은 결국 본연의 모습을 왜곡시킨다고 말한다. 그녀의 허영심은 지나치게 화려한 치장을 하여 본연의 모습을 왜곡시켰다. 그로인해 잃어버린 목걸이가 그녀의 모습을 본연의 모습 이하로 떨어트렸다.
나도 어쩌면 지적 허영심으로 이해 나락을 간 사람이 아닌가 싶다. 대학시절에 이상한 심리로, 대학에 왔으면 이런 지적 소양을 갖추기 위한 책들을 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적당한 수준에서 학업과 취업을 병행해도 모자랄 판에, 결국 지적허영심으로 자신의 수준을 좀더 왜곡해서 남들에게 있어보이려 했다. 그렇게 대학도 졸업하지 못하고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허영심의 말로가 이리 추한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
삶이란 자신의 정도에 맞게 사는게 중요하다. 너무 낮출필요도 없고, 자신의 가치가 저평가 된다고 오판하는 것도 위험하다. 그래서 요즘 흔히 말하는 메타인지나 자기객관화 정말 중요하다. 적당한 허영심은 자기 가치를 올리는 원동력이 될지도 모르겠다. 허나 보통은 많이 추한 결과를 가져오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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