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가만히 듣기만 하고 끝난 모임을 몇번 겪고 적는다. 내가 17년도부터 22년간, 어두운 시기에서 얻은 듣기능력에 대해 이야기 하기전에 정리할 부분이 있다. 내가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을 느끼는 데에는 조건이 있다. 일단 내가 상대의 이야기를 통해 뭔가 끌어내고 싶은 욕구가 있을때다. 보통은 1대1로 대화를 할때 듣는 시간에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대화를 하다보면 내 이야기를 하고싶은 욕구가 올라오기 마련이지만, 난 요즘 반대다. 둘사이의 대화라면, 특히 나는 상대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할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최대한 정제된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한다. 그게 내 듣는 즐거움을 자극하는 순간이다. 나의 질문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나 생각을 자연스럽게 꺼낼 때, 상대방의 날것을 보는 느낌이 든다. 상대가 나와의 대화에서 편안하게 자신의 말을 하는 순간, 나는 거기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일대일의 대화가 아닌 다수의 대화에선 보통 듣는 즐거움이 반감이 된다. 내가 주도할 이유도, 정제된 질문을 할 상황이 아닌 경우가 많다. 말그대로 주제의 흐름에 따라 서로의 생각이 오고간다. 거기서 나는 관찰자의 마음으로 듣기도 하고, 가끔 내 의견을 피력하곤 한다. 보통 분위기를 환기시킬만한 질문 혹은 주제의 흐름에 맞는 정도의 답변이 나올만한 질의만 하고 넘어간다. 일대일의 대화만큼 깊이 있게 상대에 대해 알기에는 어려운 상황인게, 다수 인원과의 대화다. 그래도 나름 듣는 재미가 어느정도는 있다.
제일 최악은 강의다. 듣고 있는게 괴롭다. 아무래도 이제는 공부쪽은 다시 못할거 같다. 아무튼 듣는 즐거움을 얻는게 지난 5년간의 어두운시기에서 얻은 유일한 이점인거 같다. 최근에 말하는 재미를 회복함과 동시에 듣는 재미까지 갖추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감정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있다. 예전처럼 말하는 재미를 회복해서 약간 듣는 능력을 소홀히 한다는게 반성할 점이지만, 그래도 누군가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다시 듣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최고의 인터뷰어가 되고싶다는 허언서러운 목표를 가졌던 20대의 나를 떠올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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