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스물다섯 번째 후회,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요츠 쇼이치

p5kk1492 2024. 9. 2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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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병상에서도 다양한 종교의 깨달음을 깨우치려고 공부에 매진한 여든이 넘은 환자가 나에게 이런 유언을 남겼다.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여러 종교를 음미하고 깊이 생각해보는 일은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파스칼의 명언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생각하는 일'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준다.

 

죽음에 임박해서 종교에 귀의하거나 공부하는 것에 대해 불편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 종교대신에, 죽음을 앞두고 삶의 의미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으로 개념을 치환하면 어떨까. 종교는 단순히 촉매일 뿐이다. 종교대신에 철학, 혹은 가벼운 소설 혹은 자신의 일대기등을 반추한다고 생각하면 좋다고 본다.

 

그럼에도 종교가 가장 가깝게 다가오는 이유는, 삶의 의미에 대해서 가장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매개이다. 고등종교가 아직도 영향력을 주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수백, 수천년을 이어져 오는 종교의 메시지는 과학과 이성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 내가 시련을 겪고 있을 때 그 상황을 조금 유연하게 넘길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그정도다. 너무 종교에 대해 깊게 빠질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배척할 필요도 없다. 나 자신의 삶을 위해 혹은 마지막을 정리하기 위해 종교를 참고한다고 생각하자.

 

개인적으로도 2022년에 세례를 받아 지금 2년정도 된 천주교 신자로서, 나는 종교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인 인간인 베이스에서 삶의 한 켠에 종교적인 시공간을 만들어놓고 살고 있다. 예전에 종교를 학문처럼 비판적인 태도로 다뤘던 나도 여전히 남아있고, 일단은 수용적 태도로 교리를 받아들이고 종교를 가진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도 나다. 사람이 갑자기 바뀌며 죽는다고 한다.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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