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짧은 소감,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김새별 저

p5kk1492 2024. 5. 4.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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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사, 무브 투 헤븐.. 등 한 동안 굉장히 생소한 직업이 유행처럼 매체에서 회자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매체에 대해 무관심한 척 하느라 드라마나 예능을 챙겨보진 않아서 잘 몰랐다. 다만 고독사에 대한 기사나 사건들을 챙겨보고 있었고,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 있다는 점을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딱히 읽을 이유까지는 느끼지 못했다. 책을 읽어야 하는 흥미를 잃은지 오래였고, 이미 유품정리사나 고독사는 인터넷으로 충분히 정보를 얻고 있다고 자만스러운 생각을 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시 책을 읽는게 어떠냐는 독특한 숙제를 하나 받았고, 미리 사두었던 이 책을 읽어봤다.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은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가 일을 하면서 겪은 사연들을 하나로 엮어 만든 에세이다. 이렇게 짧게 마무리 해도 좋을만큼 단순한 에세이지만, 내용은 무겁다. 많이 무겁다. 내가 독서라는 취미, 아니 활자를 읽는 행위를 하는 동안 눈에 눈물이 맺히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유품정리사가 마주하게 되는 이 죽음은, 너무나 무겁고 떄론 잔인하다. 감동을 주는 사연도 있지만 대다수 유품정리사가 정리하는 죽음에는 고통스러움이 전해진다.

 

꿈을 이루지 못한 이의 죽음, 존속살해, 남모를 신병을 앓다 소중한 이들몰래 제주도에 가서 선택한 죽음, 가장의 고독사, 죽음뒤에 남겨진 돈만을 좇는 비정한 가족, 동반자살이란 표현아래 자식을 살해한뒤 자살한 부모 등 다양한 사연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기본적으로 책을 읽을때 대충 읽고 넘기는 나쁜 습관이 있다. 이 책은 그렇게 읽어도 슬프다. 슬픔과 잔인함이 온연히 전달된다. 

 

이 책을 추천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유품정리사의 직업 그리고 이야기는 차라리 이제훈 주연의 무브 투 헤븐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드라마는 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좀더 감동적이게 각색되어 보기 매끄럽지 않을까 한다. 감수성이 예민하거나 기억력이 지나치게 좋은 사람들에게는 책의 내용이 불편하거나 마음이 아플 수 있어서 쉽게 추천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유품정리사가 맞는 죽음에 대해 알고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자 한다.

 

세상에 어떤 죽음이 가볍고, 무겁다는 식으로 비교하는 일은 안될 일이지만, 나는 세상에서 죽음에 처한, 죽음을 맞이한 이들 중에 남들보다 좀더 극한에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 사람들의 사연을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삶에서 직간접적으로 죽음에 대해 경험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어 좋았다. 좋았다는 표현이 이상하지만,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