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와 함께 묶여있던 단편이라 읽게 되었다. 내가 읽는 노인과바다는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 버전이었다. 그래서 노인과 바다가 끝난 뒤 해당 단편이 나왔을 때, 노인과 바다의 목차 중 하나인 줄 알았다. 읽던 도중 내용이 갑자기 산으로 가길래, 다른 작품임을 확인하고 다시 정신차리고 읽었다.
처음에 남자라고 표현되는 인물은 이야기의 결말로 나아갈 무렵에 해리란 이름임을 알 수 있다. 해리는 치명적인 상황에서 요양을 위해 내연의 여인인지 아내와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산 근방에 있었다. 해리란 인물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이야기 내내 보여주고, 굉장히 직설적으로 옆에서 물심양면 돕는 그녀에게 거칠게 대한다. 표현이 거칠긴 하면서, 뭔가 해밍웨이는 남성적인 모습으로 그리고자 한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것도 하드보일드인지
그녀와 같이 있는 이유는 그녀가 지닌 돈, 부유함이라고 말한다. 서사 곳곳에 표현된다. 해리가 솔직하게 표현하니, 그녀는 그가 아프기때문에 그런 표현을 하는 것으로 여기는 듯 보인다. 나는 해리가 아프지 않았더라도 진심으로 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아니 생각이 아니라, 그가 죽음을 앞뒀기 때문에 더이상 그의 심정을 숨기지 않는다고 보여진다. 이를 그녀만 모른다. 이 단편을 여성구독자가 접한다면 해밍웨이가 원래 마초적인 척하던 인간이란 점을 상기하면서 독서를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결과적으로 해리는 마지막에 숨을 거둔다. 하이에나의 울음소리만 들리고, 그의 숨소리는 아무리 가까운 그녀조차도 들을 수가 없다. 그렇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속으로 생각하던 속물적인 마음도 거칠게 표현하던 해리는 그렇게 죽으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사실 단편이라서 좋았다는 점 외에는 큰 재미를 느낄 수 는 없었다. 허나, 역시나 해밍웨이의 글은 대충읽더라도 쉽게 쓰기 때문에 편하다. 다시 말하지만, 글을 쉽게 쓴다는 것은 엄청난 재능이다. 그리고 그는 쉽게 간결하게, 그리고 쉬운 어휘 중심으로 서사를 풀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인물이란 점이 핵심이다. 이 단편이 마찬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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