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논문방식의 인문서적을 접하고 글을 쓴다. 질문을 정하고,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위해 수많은 사례와 근거들을 제시하고 해답을 내려가는 과정이 참 어렵게 다가온다. 논문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근거를 나열하고 잠정적인 결론을 제시한다. 그로 인해 설득력있게 전달이 되면 좋은 논문이고 나느 이 책에 수긍하는 점이 많았다. 딱히 비판하면서 읽을만큼에 지적 소양이 없기 때문에, 저자의 논리를 거의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
일단 국가의 성패의 원인에는 포용적 제도와 착취적 제도를 발휘함에 대한 차이다. 포용적 정치제도와 경제제도를 구축한 국가는 번영하지만, 착취적 정치제도와 경제제도를 구축한 국가는 일시적으로 성장을 맛볼 순 있어도 단명한다. 국가가 실패하는 수많은 사례를 제시하면서 그 원인에 착취적 제도에 기인하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포용적 정치제도와 경제제도가 합치를 이룬 가장 이상적인 사례는 영국의 명예혁명이다. 저자는 명예혁명을 자주 인용하면서 포용적 정치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와 더불어 프랑스혁명도 언급하지만, 프랑스혁명은 포용적 정치제도로 나아가기까지 중간에 착취적 정치제도의 성향도 보이기도 했던 점도 언급한다. 그럼에도 프랑스혁명이 결과적으로 포용적 정치제도로 나아가는 방향성만큼은 잃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한다.
국가가 번영할 수 있던 근거에 영국과 프랑스의 역사를 주로 다뤘기에 아쉽지만, 사실 우리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시스템의 발상지이자 성공적인 정착지가 서유럽이란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성공적 사례도 명예혁명과 프랑스 혁명, 그리고 민주제를 바탕으로 한 산업혁명과 이에 대한 포용적 경제제도까지 설명될 수 있는 부분으로 제시할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러한 국가의 성공적 사례를 일군 국가들이 뿌린 씨앗들이 다른 국가들이 번영에 실패한 이유다. 포용적 정치제도와 경제제도로 발전한 국가들이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삼을땐 착취적 제도를 사용했다. 많은 국가들이 사례로 나오지만, 공통점은 소위 서구 열강이 차지했던 권력을 투쟁으로 되찾은 뒤, 더 악작같은 착취적 정치제고와 경제제도를 일삼았다. 그렇게 실패한다.
그리고 콜롬비아나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경우는 중앙집권화가 어려웠던 점이 포용적 정치제도를 도입할 수 없었던 점도 재밌다. 어쩌면 한국이란 나라는 착취적 제도에서 포용적 제도로 나아갈때 중앙집권적 성향이 있어서 다행히 전환되지 않았나 싶다. 독재를 펼쳤던 지도자들도 그들의 권력을 위해, 미국의 지위등 점을 신경써야 해서 표용적 경제제도를 도입하고 인센티브 등을 제시했다. 그래서 이만큼 되지 않았을까.
외부의 개입으로 인해 도입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해 착취적 제도로 적응할지, 포용적 제도로 방향성을 잡을지에 따라 국운이 갈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나라가 전근대적 청 왕조, 그리고 에도막부에 반기를 던 메이지유신의 주도세력 등이다. 국가의 번영이 권력집단에 좌우된다는 점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단순이 하이어라키가 되기위한 욕망만은 아니다. 국가의 번영을 위한 것이 곧 자신의 집권에도 장기적으로 유리한 때문일 것이다.
재밌는 점은 미국의 사례다. 전체적인 사례라기보다 남북전쟁과 연관된 남부의 노예제 사례를 통해 착취적 경제제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남부의 노예제로 인해 남부 전체는 착취적 제도가 만연했고 결국 북부와는 다른 방향성을 갔다. 그렇게 북부와 통합된 미국의 남부는 노예제 대신 흑백차별로 다시 착취적 제도로 일관한다. 그러던 중 흑인 인권 운동을 통해 미국은 포용적 정치제도와 경제제도가 정착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착취적 정치경제제도와 포용적 경제제도라는 구 갈래를 통해 국가의 번영과 실패를 논했다. 결국 국가가 실패하는 이유는 근시안 적인 욕망으로 인해 착취적 정치경제제도를 고수하는 것이며, 그 결과는 국가가 빈곤하고 부패한 나라로 전락하게 한다. 역사에서는 사라진 국가들, 그리고 현재 빈곤과 내전에 허덕이는 국가들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여러 국가들을 사례로 등장했지만 일일이 나열하기엔 사실 좀 대충읽었다. 허나 대표적인 사례들만 나열되어서 책을 보게된다면 수긍할 수 있는 쉬운 예시들이 나와있다. 그렇다고 책이 친절하다고 보긴 어렵다. 내가볼 때는 약간 영국 역사학자들이 이런식으로 책을 쓰는 편인데, 주제의식을 던지고 그에 대한 사례를 굉장히 친절하게 나열하는 식이다. 근데 그 근거를 다 읽기엔 내가 좀 난독증이 온다. 주제의식은 수긍했다. 그리고 이런 책들의 장점은 근거가 제시된 앞 문장만 봐도 된다. 두괄식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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